옷을 사려면 우선 버려라
지비키 이쿠코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옷을 사려면 우선 버려라 / 지비키 이쿠코 지음


요요가 와주긴 했지만 지난 여름 앞자리가 바뀔 정도로 체중이 감소했다. 내 노력에 비해 살이 많이 빠져서 가지고 있던 여름옷을 거의 대부분 버리고 새옷으로 옷장을 채웠다. (강조하지만 요요가 왔다. 쉽게 빠진 것은 쉽게 찐다는 진리는 불변이다.) 문제는 여름옷을 정리하면서 동절기 옷까지 함께 버린데에 있었다. 내게는 요요가 오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겁없이 해버린 것이다. 막상 가을이 되고 요요가 본격화되면서 내가 그옷을 왜 버렸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겨울이 왔을 때는 외투로 가릴 수 있지만 코트안에 있는 옷을 또 구매하자니 살이 빠져 옷을 구매할 때와는 기분부터가 달랐다. 버리지 않았으면 될 일을 왜 버렸을까 하는 후회, 살이 다시 쪘다는 비애가 동시에 다가온 것이다. 책 <옷을 사려면 우선 버려라>를 만약 여름에 만났더라면 당연한 소릴 한다며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이 책만큼 필요한 책이 또 있을까.


버려야 할 옷과 버리지 말아야 할 옷이 무엇일까.

우선 이 책은 시작부터 내 마음을 잡아놓기 시작했는 데 초등학교 시절, 나는 단 하루라도 같은 옷을 입어야 한다면 차라리 그날 결석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아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우리집이 부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옷은 잘 사주는 집일거라고 생각했고, 막상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을 본 친구들이 곧잘 의외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고 내 앞에서 했었다. 그것이 상처가 되지 않고 다행히 그냥 내가 옷을 매일같이 다르게 입긴했구나 하는 위안으로 착각한 덕에 지금껏 사는 데 큰 불편은 없지만 책에서는 이렇게 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저주'라고 말한다.


한때 '매일 다른 코디'로 찬사를 받았던 나조차도 한 달에 이틀 정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 옷차림을 하는 날이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23쪽

'오늘도 이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또 입고 왔다고 생각할 거야.' 이런 스트레스에서 제발 벗어나자. 43쪽

사람들이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은 경우에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모 여자 연예인은 편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일주일에 같은 샌들을 두 번 신고나갔더니 자신의 기사에 구두가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다시는 그 샌들을 신지 않게되었다고 한다. 보여주는 것이 직업인 그녀에게는 매일 같이 다른 옷을 입는 것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그러니 저자말처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옷을 입고 출근했다고 우릴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미움받을 용기'까지 낼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사야할 옷, 서두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저자의 조언은 무엇일까. 우선 유행에 민감해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가령 트렌치코트가 유행이라고 해도 막상 잡지를 보면 다양한 디자인과 브랜드의 트렌치코트가 수십 번 등장하는 데 그중 한 벌을 사입는다고 패피가 되지 않는다. 무리해서 옷에 투자하면 이제는 신발과 가방이 신경쓰인다. 패피들을 따라가고자 하면 끝도 없다. 밥이야 매일 매끼 먹어야하니 SNS 경쟁에 동참할 수 있다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결코 전문적으로 직업적으로 옷을 다양하게 갖춰야 하는 그들과 대적할 수 없다. 그러니 내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내 몸에 맞는 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가격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자주 입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가성비의 좋고 나쁨은 그 옷을 면 번이나 입을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몇 년'이 아니라 '몇 번'인 것이다. 몇 년에 한 번 입었거나, 거의 입지 않고 20년 동안 보관 중인 옷은 본전을 뽑았다고 말 할 수 없다. 110쪽

궁극의 평생 아이템이라고 하면, 에르메스의 버킨백, 샤넬의 퀼팅백 같은 것이 있다. 이것들은 수십년 동안 같은 디자인으로 꾸준히 팔리고 있기 때문에, 색이나 모양이 크게 바뀔 일은 거의 없다. 142쪽

정리하자면 평생 입어도 좋은 옷이 우리에게는 필요없다고 말한다. 왜냐면 우리의 몸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기 때문이다. 반면 위의 발췌문에 언급된 백들의 경우는 브랜드가 직접 해당 라인을 꾸준히 약간의 변화만 시도할 뿐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하려 하고 있는데다 실제 중고시세를 보더라도 다른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새것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비싸다. 애초에 비싸고 좋은 백 하나를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만 그 비싸고 좋은 것을 구매하기 위해 10년 이상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백을 안들고 다닐 수 없고, 옷을 안입을 수 없기 때문에 저렴한 옷을 사입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을 비워야한다.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싸다고 무작정 많이 사들이거나 진짜 원하는 것과 가격을 절충한다고 착각하여 어정쩡한 상품을 구매하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자, 지금부터 정리를 해보자.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깨닫는다면, 그때는 정리할 체력도 기력도 없을지 모른다. 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벼워지기 가장 좋은 때이다. 76쪽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 바로 이거다. 밤새 책을 읽고 싶어도 이제는 체력이 안따라줘서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읽다가, SF소설 속 환상의 섬에 빠져있다가도 허리가 쑤셔서 자세를 고치거나 눈이 침침해서 책장을 덮어야 했다. 옷도 마찬가지다. 정리할 수 있는 체력과 기력이 있을 때 정리하자. 어떻게? 이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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