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선배
히라노 타로 지음, 방현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나와 선배 / 히라노 타로


사진가 히라노 타로가 일본잡지 <포파이>에 동일한 제목으로 연재한 '나와선배'는 인생선배, 그러니까 취재를 했던 저자조차 한번 만나본 적 없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이따금 들었던 라디오 진행자를 만나러 가기도 하는 데 아쉽게도 그 방송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취재당시에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 심지어 아흔이 넘으신 분들도 계셨기 때문에 이미 고인이 되신 '선배'분들도 계시다. 그래서 이 책은 인터뷰 본문도 읽어야 하지만 '더하는 말'도 꼬박꼬박 챙겨서 읽어줘야 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저자가 소개해주는 인생선배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안자이 미즈루. 이분의 에세이는 국내에도 번역본이 출간될 만큼 하루키의 에세이 속 일러스트를 통해서도 친숙한 분이시다. 약주를 좋아하는 평소 취향이 인터뷰속에서도 묻어나는 데 안타깝게 한 잔 하자는 그 약속을 지키시기 전에 작고하셨다고 하며 저자는 아쉬워했다. 저자에게 게자리 특성을 이야기 해주면 '자네 앞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카메라맨이 될 거지? 그런 느낌이 들어."(37쪽)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선배가 정말 나도 계셨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고1 담임선생님이 생일선물로 주셨던 클리어화일 맨 앞 메모지에 유사한 내용을 남겨주셨던게 기억이 났다. 내가 입학 할 무렵에는 평준화 이전이라 입시를 치뤄야 했는데 원하던 고등학교가 아니었기에 초반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의욕없는 내 성적이 좋을리 없는 데 그런 내게 담임 선생님은 더 열심히 하라는 말 대신 잠재력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이런 멘트는 누구라도 해줄 수 있고, 누구에게라도 해주셨을 줄 알지만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도 많았다는 사실을 떠올렸을 때 안자이 미즈루가 저자에게 건넨 그 말처럼 내게 큰 용기가 되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저자가 인터뷰 하면서도 멋쩍어 했던 '매거진하우스'최고 고문인 기나메리 요시히사 인터뷰 기사도 실려있다. 이게 왜 멋쩍은가 하면 연재되고 있는 잡지의 모회사이기 때문이다. 자화자찬라 할 수 있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저자에게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생선배라고 할 수 있다.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채용을 했을테지만 당시 저자가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 뚜렷한 목적도 없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러다니거나 혹은 그런 사진들만 찍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 저자를 채용해 준 사람이니 어찌 인생선배 코너에서 빼놓을 수 있었을까.


"스무 살이 넘으면 다 동갑이니까."라고 말하는 대선배에게 나도 모르게 반말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 이 사람이 바로 매거진하우스였구나, 나 같은 아웃사이더를 동료로 받아들여 준 것은 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60-61쪽


<인생선배>를 읽고 이 분이야말로 내 인생선배라 할 만한 사람을 꼽자면 프로듀스 센터 대표이사 '하마다 데쓰오'선배다. 자신이 갈 만한 대학이 없다고 생각했던 스물두 살, 그는 스스로 있어야 할 곳을 만들었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의욕만 앞서지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는 나란 사람에게 이런 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큰 희망이 된다. 이따금 이런 유사한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었다. 맘에 드는 회사가 없어서 직접 회사를 차리는 사람들, 최근에 보았던 영화 [라라랜드]의 경우 세바스찬과 미아 모두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재즈클럽과 무대를 직접 만들어낸다. 세상이 나를 안받아준다고 화를 내고만 있을것이 아니라 세상을 내 안으로 초대하는 역발상, 진취적인 사고를 1968년 하다마 데쓰오는 '애플하우스'를 열면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사실 인터뷰 내용이 그리 길지가 않다. 어떤면에서 보자면 선배들의 수(?)를 줄이고 내용을 좀 늘렸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짧은 내용을 통해서 내가 찾던 선배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찾고 있던 선배를 만날 수 있도록 하려면 역시 이런 구성이 최적이라고 본다. 먼 이국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분명 우리 주변에 닮고 싶은 선배들이 많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 부모님, 스승님, 학교와 직장 선배들. 중요한 것은 우리도 누군가에게 인생선배가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즐겁고 열심히 사는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