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CEREAL Vol.12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12
시리얼 매거진.임경선 지음, 최다인 옮김, 선우형준 사진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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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12호에는 화가 이우환과 작가 임경선의 글이 실려있다. 이우환, 임경선 두 사람에게도 그들만의 리츄얼이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들이었다. 이우환 화가의 경우는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화법을 나이가 들어서까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체력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인데 지금도 매일 아침 8시30분이면 30분씩 잊지 않고 운동을 한다고 한다. 임경선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매일은 아니지만 격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하면서 글쓰는 작업이 체력저하로 소홀해지지 않도록 자기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우환 화가의 경우는 어릴 때 부터 부모님께 노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을 철저하게 분리하도록 배웠고 임경선 작가 역시 혼자 작업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언뜻 내 그림은 아주 쉬워 보입니다. 누구든 그런 선을 그 자리에 그을 수 있을 것 같지요. 하지만 작품 앞에 섰을 때 무언가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모든 획은 살아있고, 이 살아있는 획으로 나는 특정한 진동을 창조합니다.


이우환 화가의 작업실은 현재 파리9구에 있지만 나오시마 섬에 개관당시에는 한국작가로서는 유일하게 개인 전시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그 이야기를 책을 통해 접할 때는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시리얼 기사를 통해 이우환 화가가 스무살 이후부터 일본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근대 예술가 그룹에 합류,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과 화법에서만큼은 엄격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지는 않았다.



"방문객들이 내 작품과 마음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논리나 이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그런 것들은 부차적일 뿐이죠."


 


임경선 '혼자만의 시간' 에 대하여 기사를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작가가 되기도 한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해외 여러곳에서 살아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린 그녀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때 그녀를 도와준 것이 다름아닌 책이였다고 한다.


홀로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나 자신과 차분히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마음속 정직한 소리를 듣는다. 나는 이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발견했고 내가 인생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서서히 알아갔다. 나는 예기치 않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글쓰기는 오로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당연히 온종일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일했다.

 


시리얼을 읽다보면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의 내용이 연쇄적으로 떠오르는 데 정해진 스케쥴을 따라가는 작가들의 모습에서는 <리츄얼> 딱 하고 떠올랐다. 그런가하면 최근에 읽었던 마스다미리의 <너의 곁에서>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임경선 작가가 1년 마다 혼자 여행을 다닌다는 글을 접했을 때였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1년에 한 번씩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다. 말하자면 가족에게서 휴가를 받는 셈이다. '아무개의 아내'도 '아무개의 엄마'도 아닌 '임경선'이라는 이름으로 며칠간의 고독을 갈망한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기 위해 숙박하는 장소도 알려주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는다는 그녀를 보니 여행을 떠난 뒤 가족 생각에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과 비교가 되었다. 양쪽 모두 내가 그동안 여행을 떠났을 때 번갈아가며 보였던 패턴인데 기왕 떠난 여행이라면, 나를 위해 떠나왔을 때는 후자의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에서 눈에 들어온 지역은 인도 라자스탄의 조드푸르였다. 부제가 푸른도시인데 이 푸름이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없다. 스티브 맥커리. 이름을 들으면 낯설지만 사진을 보면 아, 하고 알 수 있는 작가의 그 유명한 사진이 바로 라자스칸의 조드푸르가 배경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진을 꼭 찾아보길 바란다. 원래 퍼핀이라는 새의 사진을 리뷰에 꼭 담고 싶었다. 마치 포즈를 취하는 것처럼 렌즈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거나 귀여운 표정을 짓고 날아오는 모습이 미소를 짓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포스팅 하려고 사진을 보는 순간 흠칫 했다. 너무 무서워 보여서. 그래도 퍼핀 봉제인형은 갖고 싶어졌다. 안타깝게 시리얼에서 봉제인형 사진은 실어주지 않았다. 직접 퍼핀이 사는 페로 제도로 가야하는가 부다.  12호 브랜드 기사는 올슨 자매의 '더 로'가 실렸다. 수영장이 딸려있는 숍이라니 독창적이기도 하고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 탐나기도 했다. 그 두 사람이 만드는 상품이라기 보다 작품에 가까운 제조마인드도 멋지게 느껴졌다.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여성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무언가라고 생각해요.


여성의 삶 속에 럭셔리란 의미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더 좋은 가전을 사는 것도, 고급스러운 소재와 재단의 의류와 소품을 구입하는 것도 결국 편안함을 위해서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당장 지불해야 할 돈이 너무 크다는 것이 안타깝다. 국내에 출간된 시리얼 잡지를 거의 가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베스트 3에 꼽을 정도로 12호는 기사 내용이 하나같이 다 좋았다. 사진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미처 리뷰에 소개하지 못한 남극대륙의 이야기는 기사 서문에 실린 괴태의 명언으로 마무리 한다. 마치 지금 내게 들려주려고 일부러 준비해둔 것처럼 느껴진다.


 


 


할 수 있는 일, 또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시작하라.

대담함 속에는 비범함과 힘 그리고 마법이 숨어있다. 당장 시작하라.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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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1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