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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구시다 마고이치는 그의 장남인 구시다 가즈요시가 [장서의 괴로움]이란 책에서 이미 밝힌 것과 같이 애서가이자, 수필가로 이 책은 1955년도에 출간한 책이다. 시작부터 애서가로서의 면모가 바로 드러날 것 같지만 초반에 한동안은 사색가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 일상의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보다 자연을 그저 언제나 존재하는 '배경'으로서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끊임없이 관찰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장난이 심한 아이일지라도 벌레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면 망설임없이 벌레의 이름을 알려줄 뿐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할 정도다. 아이의 질문에 너그럽게 대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만큼 자연에 대한 애착이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고, 어쩌면 관찰자 입장에서 삶을 탐구할 수 있는 것이 예술가들이 가지는 가장 장점이 아니겠느냐고 묻는다. 물론 모두가 예술가의 시각으로 관찰하며 살 수는 없다고 미리 이야기를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사람과의 교유관계가 돈독한 이들 중 '관찰'능력이 부족하거나 그 노력을 게을리 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글도, 그림도 모두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남들이 볼 수 없는 것까지 볼 수 있는 특권을 가지는거라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대해 '안다는 사실'또한 새로운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 부터가 시작이다. 기쁨이 충족되어야 꾸준히 배울 수 있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라던가,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하는 지식탐구과정은 그 누구보다 스스로 가장 지루하게 느껴질 뿐 이다. 자연을 관찰하는 구시다 마고이치는 인간의 삶 중 가장 자연과 가까운 아이들에게서 느낀 성찰도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이처럼 우리는 간혹 어린아이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를 때가 있습니다. 바보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자신을 돌 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슬픈 일이 덜 생깁니다. 190쪽
우리에게 카운셀링이 필요한 것도, 영화나 책 혹은 전시관람등의 문화활동이 필요한 것도 해당 작품을 통해 자신을 반추하고, 자신의 숨은 진짜 감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아는 것, 그것을 타인에게 구체적으로 혹은 활자로 표현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 자신의 감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느낄 수 있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속에는 바로 나를 그대로 바라보고 내 상처를 직접 치유할 수 있는 방법과 과정에 대해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