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 살다
정다이 지음 / 매직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시 읽어주는 여자 정다이의 첫번째 감성 에세이집.


언젠가 부터 '감성'이란 꾸밈어가 여기저기 붙어서 돌아다닌다. 감성 에세이집이라. 에세이가 감성이 없을 수도 있을까? 돼지족 혹은 돼지발이 아니라 돼지족발로 불리는 듯한 느낌이다. 시작부터 비꼬는게 아니라 부러 늦은밤 리뷰를 쓰려다보니 '감성'이 짙어졌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별에 살다]의 감성을 제대로 느끼려면 '이별'했거나 '이 별'에 살고 있으면 된다. 이별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이 별'에 살고 있으므로 누구라도 마음을 열면, 설사 위에처럼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더라도 그것이 어떤 마음이었든 열어두기만 하면 페이지가 술술 잘도 넘어간다. 눈아파서 읽기 귀찮은 사람, 스마트폰을 잠시라도 떼어놓고서 책만 붙들고 있을 수 없다는 사람들은 친절하게 시 읽어주는 저자다운 센스,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음성지원이 된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성우와 같은 음색은 아니다. 다소 과하게 감정을 이입한 듯한 불편함도 느껴지지만 시도는 해볼 만 하다.


우리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맞는 건지.

어느 지점이 틀린 건지.

나는 예리하게 짚어냈다.

그 날카로움에 내 마음이 베이기 시작했다.


 - 나이프 (knife) 중에서-


다른 글을 꺼낼까 하다가 책에서 가장 홍보하고 싶은 글인것 같아서 골랐다. 사랑은 감정놀이다. 이성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이성보다는 저자처럼 '진심'에 약한 사람들은 감정에 더 충실해야 하는 것이 맞다. 상황을 모면하려고 이성적으로 계산하다보면 오히려 질리고 배신감만 늘어난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일수록 헤어진 뒤 '이성'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따지는 오류를 범한다. 감정에 충실했던 일을 추후에 이성으로 판단하려고 하면 자살행위와 같다. 하지만 그만둘수도 그만두게 할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이 자살행위라고 생각한다. 따져보지 않으면 납득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으면 다음 사랑도 또 실패할 것만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 난도질 끝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고 나면 다른 사랑도 할 수 있다. 결국 사랑은 이성이 아니라 내 마음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삶에 있어 '연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라도 이 책은 지나치게 같은 음식만 먹는듯한 부담스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별에 살다'에 '이 별'에 해당되는 내용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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