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딸
제인 셔밀트 지음, 김성훈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갑자기 여의사 제니의 열다섯 살 난 딸 나오미가 사라진다. 나오미가 사라지기 전 후로 이야기가 나누어 진행되는데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이런 구성이 익숙하지 않아 낯설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그렇게 더디지 않았다.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독자들은 지나치게 딸 나오미에게 소홀했던 제니를 마주하게 된다. 만약 내게 나오미 또래의 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분명 제니는 가정에 충실한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바쁜 엄마를 이해해주지 못한 나오미의 잘못인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어졌다. 세 아이들중에 왜 나오미만 어긋난 길로 가버렸을까? 아니면 다른 두 아이가 멀쩡한게, 부모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것이다. 혹 어떤이는 그래서 나오미는 납치된 것인가? 가출한 것인가에 집중하며 소설 절반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개의 많은 사람들이 초반에 이미 감이 잡혔을거라 생각한다. 그보다 가출이었던 납치었던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른들의 기준으로 '보호막'인 가정을 떠난 뒤 1년이 넘게 세월이 흘렀다면 아이가 살아있더라도 정상적으로 살고 있을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한 궁금, 페이지를 넘길수록 왜 사라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다가 어느 순간 나오미가 안고 있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답답해져 책을 덮고 잠시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무렵이 되면 나오미의 괴로움과 그런 사실을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것이 후회되고 미안해진 제니의 고통까지 가슴에 다 들여놓기가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거의 끝에 닿아서는 후, 하고 한숨이 나왔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는 그렇게 끝나면 안되지 않느냐며 만날수도 없는 저자와 대면해서 따지기라도 할 것처럼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반전이 놀랍다고 추천글과 뒷표지에 나와있지만 사실 이 책은 결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에는 진심으로 관심없는 우리 어른들의 민낯을 봤다고 해야할까. 30대 초까지만 해도 청소년 소설을 자주 찾아 읽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도저히 '요즘 아이들'의 사고를 납득하기 어려워 청소년 소설은 그야말로 '픽션'일거라고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못들은척 해왔는데 제인 셔밀트의 <사라진 딸>을 읽고서 내게 청소년 자녀가 없더라도, 소설이 전부 사실이 아니더라도 다시 관심을 갖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잔소리 할 생각만 하지 진정한 의미의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릴러가 갖춰야 할 요소를 다 넣고서도 어떻게 독자에게 먹먹함마저 작품에 담아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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