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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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를 이야기하려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정의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영국에서였다. 어느 한 사람의 학자에 의해 정의된 용어는 아니지만 공통된 점을 골라 축약해보자면 '발달된 대도시 중 관심받지 못한 혹은 발달되지 못한 지역에 중간계층이 들어오면서 공간적인 변형과 함께 기존에 거주하던 사람들을 포함하여 노동자, 빈곤층을 내쫓는 현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을 만큼 명확하게 어떤 용어라고 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도시재생 혹은 도시개발이라는 중립적인 개념에서 '전치'의 상황이 포함되어있다고 나름 정리하며 책을 읽어갔다. 사실 이 책에 관심이 생긴 것은 학부시절 전공과 밀접한 이유도 있고, 실제 도시연구소에서 유사한 주제로 연구활동에 참여했던 추억이 살아났기도 했지만 구구로공단에 대한 시각이 외부인의 입장에서 혹은 젠트리피케이어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전에 구로공단이란 어감에서 느껴지는 암울함과 공업적인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정말 싫었다. 그렇다고 해서 구로디지털단지로 변경된 지금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거주하던 이들을 내몰았다는 부분에서는 의견을 달리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른 지역이 용기있는 예술인들의 거주이전으로 핫해졌다면 구로공단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제조업에서 IT업계로 분야만 변경되었을 뿐 서촌,해방촌 홍대와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어쨌든 기존의 거주자가 아닌 유입된 사람으로 일부만 바라보고 해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렴한 지대와 운영비를 명목으로 아예 공장이 지방이나 해외로 이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노동자를 고용해 생산활동을 지속하며 다른 하청업체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공장부지를 팔아 부동산 이득을 챙기는 게 훨씬 이익이라고 판단한 상당수의 공장주들은 폐업을 선택하기도 했다. 338쪽


읽으면 읽을수록 이미 물갈이가 끝난 뒤 외형을 완벽하게 바꾸려는 자본세력의 입장에서 내가 생각해왔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이 시작된 이후에 거주자로서, 오피스텔에만 전전하던 내게 그 이전의 상황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촌이나 해방촌 그리고 경리단길 뿐아니라 책에서는 미처 연구가 끝나지 못해 아쉽게도 제외된 영등포구 문래동 또한 구로공단에 비해 뒤늦게 상황이 시작된 경우라 이부분에서는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술가들이 진입하고, 그러면서 핫한 장소로 유명해질 조짐이 보이면 어김없이 이번에는 '중간계층'이 들어오면서 결국에는 임대료를 높임으로써 기존에 거주자도 예술가들도 자리를 내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이다.


이태원의 경리단길은 힙스터들이 "좀먹은"게 아니라, 힙스터들이 좀먹을 사이도 없이 그들이 누군가에게 좀먹힌 것이다. 셀카봉을 들고 와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들을 힙스터라고 우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433쪽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과과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아둔하게 도시재생 혹은 개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며 도시의 색깔이 변화되는 것이 왜 부정적이고 나쁘기만 한걸까?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특히 원래 거주하던 지역이 아닌 이미 핫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연구는 학자들이 하더라도 결국 서울, 이곳에 거주하는 것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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