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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
서은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평소에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왜냐면 금수저라는 표현을 본인이 직접 쓰는 경우는 없는데다 흙수저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흙수저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란 말이 결코 희망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책망이나 자책이 아닌 '겸손'은 얘기가 달라진다. 내세울 만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부족하지도 않으나 열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자신은 결코 성공한 사람은 아니라며 차분하게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람을 보면 뭐라도 하나 배우고 싶어지고 미래를 함께 응원하고 싶어진다.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의 저자 서은진, 블로그네임 로즈님이 그랬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자의 블로그를 알지 못했다. 파워블로그로 2년 연속 선정되었다고는 해도 관심분야도 아니기도 했고 보편적인 의미의 '성공'을 바란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사람은 진짜 자신이 바라는 자리에 올라 행복하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다. 물론 어떤면에서 보자면 저자의 스펙이 정말 부럽게 느껴지는 나와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토익900점이 목표인 사람, 저자가 졸업한 외대가 목표인 수험생,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금융대기업을 목표인 취준생등은 저자의 겸손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 쓰여진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불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왜 추천글 목록에 아이를 둔 주부들이 그녀의 글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게 된다.
이 책에서, 전업맘이, 그것도 해외 취업과 관련된 글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냐 싶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르고 환경이 달라도 돌아가는 구조는 똑같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우선순위에 따른 일 처리는 살림과 육아에도 적용되며, 조직 내에서의 인간관계 역시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나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서도 충분히 겪게 됩니다. 9쪽
같은 책을 읽고도 누군가는 배울 점을 찾아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자의 배경과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책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아마 위에 추천글을 적은 분은 전자의 마인드로 이 책이 아닌 그 어떤 책에서라도 분명 배울 점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두에 밝힌 것처럼 저자가 노력해온 부분들은 실로 대단했다.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 후 정규직을 꿈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기회다 싶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견을 상사에게 전달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에 드디어 자신의 자리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꿈꿨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과감하게 홍콩으로 떠날 수 있었던 자신감은 어느 누구라도 배워야하는 부분이 아닐까.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118쪽
타인들이 부러워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가 대단하고 부러운 것은 양쪽 모두를 가질 수 있는 선택권을 노력끝에 얻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한가지만 가져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이 부러워 하는 쪽을 택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늘 완벽한 행복에서는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은 결코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 책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바쁜 시간을 쪼개어 쓴 이유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의도가 헛되지 않도록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그녀를 통해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