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레시피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공경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엄마가 딸에게 남겨준 레시피. 책 안에는 엄마 엘레노어가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 그리고 책을 통해 배운뒤 여러번 시도한 끝에 찾아낸 요리 비법을 적어두었고, 심지어 나중에 딸 멜리사가 '엄마'가 되었을 때 알아두면 좋을 인생 레시피까지 적어두었다. 그리고 또 하나, 멜리사가 그동안 전혀 상상도 못했을 비밀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자신을 위해 엄마가 한 권의 책을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딸 멜리사가 뛸듯이 기뻐하거나 감동으로 인해 눈물바다를 만들었을 것 같지만 어째서인지 책을 건네받은 멜리사의 감정은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아주 오래전 엄마를 잃은 슬픔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기억을 닫아버린 까닭에 다시금 엄마를 떠올린다는 사실이 멜리사에게는 기쁨이나 감동이기 전에 고통스런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괴로운 일이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오랜기간 진정으로 사랑해온 샘의 청혼으로 심적 부담도 커진 상태였는데 멜리사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초반에는 도대체 사랑하는 사람이 청혼을 하는 데 왜 받아들이질 못하고 괴로워하는지 답답했다. 하지만 멜리사가 엘레노어의 레시피를 읽어가면서 조금씩 그녀의 성장기와 감정을 공유하는 동안 사랑하는 이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정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일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멜리사는 레시피를 읽어가며 엄마가 적어내려간 자신과의 추억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정말 있었던 일인가 가물가물 해지던 추억들이 어느 순간 서서히 떠오르며 선명하게 기억을 되찾게 되면서 눈물을 보이기 시작한다.


멜리사는 옅은 색 리넨 바지에 떨어진 눈물방울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그래. 이건 진짜 큰일이었다. 149쪽

샘을 사랑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유, 엄마가 너무 그립고 보고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천천히 읽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때부터 멜리사의 감정에 격하게 공감하며 엘레노어가 멜리사 뿐 아니라 나의 엄마인 것처럼 빠져들게 되었다. 그 이후 엘레노어가 레시피를 통해 멜리사에게 하고 싶었던 중대한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 소설의 구성이 엘레노어, 멜리사 그리고 엘레노어의 남편이자 멜리사의 아빠인 맥스의 시점으로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각자의 방법으로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역시나 가장 다독여주고 싶었던 사람은 엘레노어였다. 혼자서 큰 비밀을 간직했을 그 괴로움, 죽어가면서도 엄마라는 이유로 딸에게 어떻게든 전해주고 싶었을 '인생레시피'를 쓰는 그 정성에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멜리사가 바로 이 페이지를 훑어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상상하다 문득 종이를 쓰다듬어야겠다고 느꼈다. 이 페이지에 몇 분이나 손을 대고 있었다. 손을 떼고 싶지가 않았다. 67쪽

엄마, 그리고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 [인생 레시피]를 엄마와 연인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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