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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ㅣ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최근 몇 년 사이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는 몇 편의 시리즈중 가장 기대되는 것은 [인형의 집]의 작가 M.J.알리지의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사중심 스릴러의 대부분의 인물이 그렇듯 완벽해보이지만 상처가 깊어 독자로 하여금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캐릭터라는 점은 분명 공통점을 갖지만 단순히 불우한 어린 시절이라던가,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 헬렌은 심각하게 생각해보자면 과연 자신이 처한 현실과 사건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멀쩡한 척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싶을 정도다. 쉽게 말하자면 헬렌이 쫓는 범인들은 하나같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정도를 따질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만약 불우함이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말하자면 헬렌도 오히려 수사관이 아니라 '범죄자'의 신분이어도 상관없을 정도다. 온몸의 세포가 다 바짝 세워질 만큼의 고통을 주어야만 겨우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가학적인 위로방법으로 견뎌내는 헬렌이 [인형의 집]에서 맡은 사건은 어린시절 잃은 누이와 닮은 여인들을 감금시키며 고통속에 죽게 만드는 사이코패스가 벌이는 살인 사건이다.
입양되어 온실속에 화초처럼 잘 자라다가, 친모와의 만남으로 가족과의 관계가 어그러진 '루비'가 술에 취해 잠든 다음날 눈뜬곳은 안타깝게도 모든 악과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거라 믿었던 자신의 방이 아닌 범인이 만들어놓은 '인형의 집'이었다. 루비가 과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 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와중에 헬렌 주변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가볍게 다뤄지지 않고 전작들에서 등장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함께 버무려진다. 전작을 읽지 않아서 이번 작품이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면에서는 스포이기도 하지만 전작들의 이야기가 등장할 때면 짤막하게 해설을 붙여주었다. 솔직히 범인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보다 왜, 그런 사건을 벌였는지, 피해자들이 매 순간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 빠져들어가는지를 읽어가는 그 순간의 긴장만큼은 결코 감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짤막하게 전작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주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다시 1편 이니미니부터 읽고 싶다는 유혹을 결코 뿌리칠 수 없다.
루비를 포함한 피해자들을 보면 외모적인 공통점 뿐 아니라 더 큰 공통점이 발견된다. 어쩌면 독자 중에 누구라도 피해자, 그것이 반드시 이런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의 불화가 정말 사소한 이유로 크게 번질 수 있다는 가정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모에게 갖는 불만과 원망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바람을 말하지 못해서였을 수도 있다. 그런 심리적인 부분, 지금을 살아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점과 안타까운 현실을 다룬다는 점에서 묘한 공감과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며, 루비가 범인을 회유하기도 하고, 애원도 하면서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과정은 긴 시간 드라마현장에서 활동했던 작가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의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한 생생한 장면 연출은 이번에도 잘 드러나 있다. 재미난 사실은 이번 편에는 저자와의 미니 인터뷰도 실려있다는 점이다. 헬렌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고, 저자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등에 대한 답변이 실려있다. 이야기가 다 끝났다고 마지막 페이지를 놓치는 일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