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필요해 - 예술가의 마음을 훔친 고양이
유정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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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러지가 있거나, 고양이에 대한 호감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한번쯤 고양이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도도하고 쉬크한 매력에 애교라도 살짝 보여주면 아무리 바빠도 가는길을 멈추고 지켜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보니 처음 독립했을 때는 제법 진지하게 집사가 되는 것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라이프 10년차가 넘도록 여전히 집사노릇을 못하는 것은 그럴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격이란 우선 고양이를 정말 좋아할 것, 그리고 그 마음이 어떤 경우에라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 자격을 갖춘 많은 사람중에 '호두'와 '피칸'을 기르는 소설가 심윤경 작가를 떠올려본다. 황인숙 시인에게서, 또 조은시인에게서 건너 건너 작가에게로 와준 두 고양이를 기르기 까지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다. 남편과의 합의도 있어야 했고 작가 스스로 과거의 일로 인해 어떻게든 '마지막'을 꼭 지켜주겠다는 다짐도 했어야 했다.


고양이의 매력은 '매력'인 것 같아요. 개도 좋아하고 키워 보기도 했지만 고양이는 사람이 먼저 다가가게 만들잖아요. 그런 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거든요. 79쪽


'사람이 먼저 다가가게'만드는 것. 비단 고양이 뿐 아니라 이성적으로도 누군가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것 만큼 큰 매력이 있을까. 잠시 언급했던 황인숙 시인은 애묘가로 소문난 분이셨고, 실제 관련 저서 출간기념식에 갔었을 때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이 때문에 눈물을 보이셨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시인의 눈물에 얼마나 많은 말을 담고 있는지, 마치 시를 두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황인숙 작가님 못지 않게 고양이의 매력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심작가에게도 애묘가의 자격이 제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자격, 어떤 경우에라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연출가이자 극자가인 오세혁작가의 '사자'와 '아수라' 편은 읽는 내내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사자와 아수라를 위해 늦은 밤 택시를 타고서라도 꼭 집에 들어가다보니 택시비만 무려 50만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혁작가는 고양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후회 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크죠. 다른 사람 만났으면 더 잘지냈을 텐데 모든게 서툴렀던 제가 데려오는 바람에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158쪽


누군가는 작가의 이야기에 그정도 비용이면 다른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낫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자와 아수라가 고양이가 아니라 아이었다면 어땠을까? 필요하다는 말은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책 제목이 왜 하필 필요해였을까 싶다가도 어쩌면 그 어떤 말보다 '필요'라는 말이 더 적확한 말이 아닐까 싶었다.

고양이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우선 [고양이가 필요해]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 왜냐면 고양이는 잘 알다시피 물건도 아니고 소모품은 더더군다나 아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서 만났더라도 결코 불필요해졌다고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달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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