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가 내게 묻다 - 당신의 삶에 명화가 건네는 23가지 물음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미술관에서 맘에 드는 그림을 발견하지만 이 그림이 좋은 이유를 한 줄 이상 말하지 못할 때, 그림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작품은 어떤 기법으로 색감이 어떠하고, 화풍이 어떠하며 화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정도는 함께 이야기 해야지만이 그 작품이 좋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이 좋아질 때 외적인 요소도 당연 포함이 될 때도 있지만 내게 보이는 미소가 너무 환하고 좋아서라는 정말 단순한 이유로 좋아질 때도 있는데 왜 그림 앞에만 서면 그런 가장 중요한 이유보다 다른 이유를 찾아야만 했던 것일까. 내 삶도 어쩌면 그렇게 타인에게 설명하기 쉬운 삶을 살려고 노력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어질 때, 최혜진의 [명화가 내게 묻다]를 권하고 싶다. 이 책에는 그림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 그 작품이 어떻게 자신의 삶으로 들어와 삶의 윤활유가 되어주었는지를 정말 편안한 말투로 툭툭 던져주고 있었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꾸를 회피하던 태도가 이내 느슨해지고 적극적으로 바껴가고 있음을 깨달은 사람들이 나뿐은 아닐것이다.


 

'수잔 발라동'의 [파란방blue room] 작품은 외모에 관심이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 누구의 시선이라도 한참을 끌었을 법한 작품이다. 결코 날씬하다고 말할 수 없고 예쁘다고 말할 수 없는 여자가 침대위에 옆으로 심지어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않고 담배를 물고 있는 그림속 여인을 보면 긴장되어 있는 어깨와 마음이 한풀 꺾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잔 발라동은 처음에는 화가들의 모델로서 활동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누군가의 '모델'에서 멈춰있지 않고 자신이 직접 '화가'가 된 드문케이스라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유명인사의 뮤즈가 된다는 것은 치기어린 나이에게 마냥 부러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홀로는 빛을 발할 수 없는 반쪽자리 삶을 살다가는 것이 과연 행복하기만 했을까 한번 더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예뻐보이기 위해, 타인의 요구에 의해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더이상 '평가 받기를 거부하는 삶'. 수잔 발라동의 파란방은 그래서 그림 자체는 예쁘다고 말할 순 없어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예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오마주로 한 [첫 걸음마, first steps]은 한 여름이 지나고 어느 덧 올해도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차분하게 들리는 응원가처럼 다가오는 그림이었다. 물론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 덕분이었다. 우리가 처음 걸음마를 떼었을 때, 잘 될까? 실패하면 어쩌지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넘어지면서도 수천번 넘게 다시 도전했던 그 때를 떠올리게 해준 덕분에 몇 개월 남지 않은 지금, 다시 기운을 차리고 으쌰으쌰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명화가 내게 묻다]는 그렇게 내게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물음과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로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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