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 -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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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걸 못 견디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걸 위해서는 다른 모든 걸 포기해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등등 여행을 통해 나는 나에 대해 진지하게 배웠다.

여행이 내게 나를 말해주었다. 12쪽


여행을 좋아하는지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아니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이기는 한걸까? 그저 반복되고 무료한 일상이 싫어서, 현실이 너무 괴로워서 무작정 피해보고 싶은 마음에 여행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요일의 여행]의 저자 김민철은 진짜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목차를 보고 서도 알았지만 한 챕터씩 자세히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정말 이사람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맞구나, 좋아하는 척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내보이려는 빈말이 아니었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동네부터 공들여 여행할 줄 아는 사람, 무조건 멀리 떠나는 것, 이국적인 풍경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마주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집 나가면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고생이다. 69쪽


저자가 남편과 함께 떠난 이탈리아 '고기의 신'영접 이야기를 남은 네 번째 챕터는 잔뜩 배가 부른 상태거나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군침을 흘리게 만들만 했다. 엄청나게 질 좋은 고기를 거의 무한정에 가깝게 먹을 수 있는 이 여행은 무려 10년이나 지난 저자의 바람을 성취했던 여행기였다. 저자가 10년만에 소원성취를 한 감격보다 함께 실린 사진속 사람들의 표정이 정말 즐겁고 행복해보여서 한참을 쳐다보게 만들었던 여행이었다. 저자부부만 빼고 모두 이탈리아 사람들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맛있는 고기, 서로가 원하는 여행길에 만난 덕분에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이 한 장의 사진으로 모두 납득할 수 있었다. 해외여행기가 많아보이는 듯 해도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여행지는 '여수'다. 대학 때 처음 가본 여수, 그리고 향일암을 향한 짝사랑은 활자로 읽는 내게도 절절함이 전해질 정도 였다. 오래도록 한 도시를 바라보는 짝사랑을 하고 있는 저자가 참 부러웠다. 내게 그런 여행지는 어디일까?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지만 미래에는 만나질까 싶은 희망도 가져보게 만들었다. 저자가 '모든 요일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매 순간 그녀를 여행자로 만들어주는 '망원동 여행'편은 코끝이, 가슴 한켠이 시큰해지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내게도 정말 좋아했던 그런 제2의 고향이 있었다. 하지만 망원동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니 망원동은 이제서야 개발 중이지만 내가 고향으로 삼았던 그곳은 안타깝게도 이제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그 풍경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가 전부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저자 말처럼 아파트가 들어서야 새로운 주민들도 들어오고, 너무 낙후된 주택시설을 낭만때문에 고집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함께 '풍경'을 만들어내던 사람들이 더이상 그속에서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동네를 더더욱 열심히 여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매일 이 동네를 떠나 다시 이동네로 돌아오며 이 동네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일. 망원동 여행자가 되는 일.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뿐일 것이다. 278쪽


여행의 이유는 다양하고,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를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여행이고, 자신의 동네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요일의 여행]은 독자가 자신만의 여행의 이유와 선물을 찾을 수 있는 모범이 될 만한 한가지 사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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