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며, 100명이 있다면 100가지 순례 스타일이 있다. - 241쪽


순례길에 오르고자 진지하게 계획을 세웠던게 작년 이맘때였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순례길 대신 유럽배낭여행을 택했지만 늘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오노 미유키의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는 단 한 번의 순례여행이 아니라 무려 3번에 걸친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된 저자의 순례여행기를 담아놓았다. 개인적인 감상 뿐 아니라 검색하면 알 수 있긴 해도 왠지 귀차니즘에 제대로 알아본 적 없는 순례길의 첫 시작과, 숙박 및 관련 용어 등을 풍부하게 잘 간추려서 실었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다. 저자가 거듭 말하는 것은 서두에 배치한 발췌문처럼 저마다의 순례길의 감흥과 깨달음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정말 최악이었던 알베르게(순례길 숙박)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준 곳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며 무엇보다 스페인어를 몰라서, 여행 중 길을 잃을 두려움에 떠나지 못하는 것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길을 걷다가 1km 지나도록 화살표(길 안내판)가 보이지 않으면 되돌아가면 된다고 알려주었고, 길 위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심지어 영어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만 강하다면 누구와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알려준다. 물론 좋은 일만, 행운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순례길 관련 정보를 검색할 때 도난사고를 비롯한 각종 범죄와 질병에 노출되어 있음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 이런 것들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다.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도 도처에 위험은 있다. 어디를 보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걷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특히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순례길은 '걷는 것'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전부다. 걷는 동안에 자신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주고 받으면서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주 심플하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선택에 매일 쫓기며 헤매는 요즘의 생활 속에서 그저 화살표를 따라 앞으로 걷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생활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173쪽

 

나처럼 이미 순례길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뿐 아니라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이불 밖이 두려운'사람들일수록 순례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언제떠나는게 좋을까? 국내 여행지도 마찬가지듯 봄과 가을이 걷기에는 가장 좋다. 특히 비가 자주오는 10월보다 4~6월 정도가 가장 좋고 11~3월에는 안타깝지만 능숙한 도보여행자가 아니라면 눈때문에 길이 막혀 위험할수도 있다고 한다. 눈길을 헤매며 걷는 매력도 물론 상당하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디에서나 위험은 도사리고 있으니 초보 여행자들은 그저 '걷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봄,가을에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저자처럼 더이상 어쩔 수 없을 때 순례길에 오르려는 사람, 그냥 호기심에 떠나는 사람, 종교와는 전혀 상관없이 여행으로 떠나는 사람 모두 순례길은 좋은 여행지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맘에 쏙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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