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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안에 달 - 작은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발견
김은주 글.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자주 들르는 커뮤니티에 책속 명언이란 글을 읽었다. 다 좋은 말이었고 낯익은 문구였지만 김은주 작가가 쓴 [달팽이 안에 달]에서 발췌한 누군가를 평가할 때 사실은 상대방의 행동이나 성격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문구는 며칠 전 내멋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크게 후회한일이 상기시켜 한참을 읽고 또 읽게 만들었다. '김은주'란 이름을 들으면 아마 대부분 [1CM]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결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잘난척 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종교색도 전혀 없이 '1cm'의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깨닫해 해주었던 그 시리즈. 하지만 이렇게 숨은 전작도 멋진 내용이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인생을 '도미노'게임에 비유하면서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부분으로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한가지 때문에 나머지 다른 부분도 함께 무너져 내린다는 표현이 정말 와닿았다. 심지어 그렇게 무너진 순간 아이러니 하게도 단 한 부분만 다시 일어설 힘을 내면 나머지 다른 부분도 함께 따라 똑바로 설 수 있게 된다는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위로가 되었다. 연애에 있어서도 오래된 연인은 서로 배려심이 깊어져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이 그다지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부분도 맘에 들었다. 흔히 오래된 연인하면 연애 초기보다 안정적인 상태인 것처럼 서로에 대한 무관심을 포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짜 사랑하는 마음이 오래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마치 연애 초기처럼 서로를 향한 안테나를 접을 수 없다라는 것을 살면서 깨닫게 되었다. 물론 너무 유치하게 다가오는 내용도 사실 많았다. 사랑에 관해서는 유치함을 빼고서 말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혼자 온몸이 오그라드는 글귀도 있지만 삶 자체에 대한 응원과 위로가 많아 견딜만 했다. 책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당신이 이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주 사소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기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 없는 엄마의 얼굴이기를
천진난만하게 웃을 수 있는 가벼운 장난이기를
때마침 기다리던 응원이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수다이기를
오랫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기를
-중략-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으쌰으쌰 힘이 나는 사람도 있을테고, 떠난 사랑을 서둘러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기회를 옅보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책속 구절을 메모하는 사람또한 존재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저자의 바람이었던 '어쩌면 하늘의 달보다 큰, 인생의 소중한 의미이기를.'이란 문구에는 모두 부합되지 않을까 싶다. 100% 완벽하게 공감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책 보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내 가슴을 꽉 채울 수 있는 '달'같은 책을 만나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