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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유다이 ㅣ 언틸유아마인 시리즈
사만다 헤이즈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사만다 헤이즈의 [비포유다이]는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사건이 일어났는지 진실이 하나하나 밝혀질수록 독자로 하여금 '헉'하고 소리지르거나 깊은 한숨을 쉬게 만든다. 인물간의 대화를 긴밀하고 집중해서 읽은 독자라면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러프하게 '그날'사건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었다. '왜?'라는 질문에 저자가 답해줘야만 했다. 속시원하게.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사건은 인간의 이기심에서 출발하고, 그 이기심은 안타깝게도 가장 소중한 사람일수록 더 치명적이고 잔인한 방법으로 상대를 파괴해버린다.
비포유다이는 상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고 입을 다물 수밖에없는 상황에 갇힌 상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앞에서 벌어진 사건을 상세하게 마치 사진처럼 기억하고 있는 '길'은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엄청난 능력 때문에 오히려 더 외면당하고 자유를 박탈당한다. 길의 조카인 '라나'를 좋아하는 '프레디'는 친부보다 더 자신을 잘 이해해주던 양부마저 집에서 나간뒤 마음둘 곳이 없다. 엄마인 조가 더 감싸주고, 학교와 친구들사이에서 보호받아야 하지만 역시나 프레디 역시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심지어 엄마로부터 결코 알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일들만 느껴질 뿐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로레인 피셔 경위는 다름아닌 조의 언니이자 프레디의 이모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동생에게 집을 물려준 뒤로 조와 로레인의 사이는 재산문제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일이 바뻐서 최근 왕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자매가 그러하듯 둘은 별거아닌 일로 다시 만나게 되고 마을에서 벌어진 자살사건에 점점 더 관계를 맺게 된다. 처음 시작부터가 결코 자살이 아닌 '사고'현장을 묘사하며 시작되는 데 '길'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삽입되면서 단순한 연쇄 자살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는 충분히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서두에 밝힌 것처럼 독자를 긴장시키는 것이 '누가 범인이냐'가 아니라 '왜'라는 질문에 집중하면서 마지막까지 결코 긴장을 늦출수가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계속 상상해보고 대입시켜보지만 '설마'하는 마지막 가정을 차마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그런 가정이 가정할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 더 놀라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안타까운 상황이 작품에서 그려지면 조금 심하다 싶은 생각과 함께 불쾌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비포유다이]는 독자로 하여금 불쾌감보다는 지금 자신의 위치와 주변사람들을 돌아보게끔 만든다는 점이 새로웠다. 과연 나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들을 잘 지켜주고 있는지, 그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독특한 스릴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