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하는 작별 -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양철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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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식을 낳아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눈으로 하는 작별]의 저자 룽잉타이는 유사한 주제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담백한 필체로 나이든 노모의 병세와 자신이 부모에게 그랬듯 자신에게 서운하게 대하는 자녀들의 이야기, 세상사 돌아가는 이야기등을 담아냈다. 초반에는 어머니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좀 전까지 봤으면서도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가 답답하고 야속할 만도 한데 같은 대화를 서너 번 반복할 뿐 원망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나도 그렇다. 여러차례 등장하는 같은 대화의 무수한 반복이 답답한 것이 아니라 안타까움이 깊어지고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더 간절하게 떠오를 뿐이다. 노모의 이야기와 교차되듯 등장하는 아이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부모에게 퉁명스럽게 대하고 짜증냈던 때와 비교할 적마다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싶었다. 감기걸릴까 걱정되어 우산을 챙기라는 조언도 아이들은 싫은티를 낸다. 저자도 그리고 나도 그랬다. 비좀 맞으면 어때서, 우산을 챙겨가는 것이 더 귀찮고 번거로운데 그냥 놔두면 좀 안되나 싶은 마음. 아이가 퉁명스럽게 나올때마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린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부모에 대한 미안함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려는 엄마의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중간 중간 좋아하는 시인이나 책의 내용도 등장했는데 <무상경>구절에 쓰였다던 다음의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


'세상에는 세 가지 이치가 있으니, 늙고 병들고 죽는 이치이다. 너희들은 아끼지도 자랑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의미를 두지도 말라.' 55쪽


세상 어느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세 가지 이치,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사실을 잘알면서도 어째서인지 젊은 날에는 마음에 와닿지가 않는다. 부모가 나이들어가면서도 모른다. 그야말로 이곳에서 한 발자국 떼어 저 세상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져야 우리의 부모님도 그 이치를 벗어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직접 쓴 글 중에 가장 와닿았던 내용은 소제목 '행복'이었다. '매 순간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동안 행복이 엄청나게 대단하거나 마음을 비우면 된다고 개인적인 문제에서만 생각해왔던 이기적인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니. 내전, 전쟁, 난민 등과 관련된 기사를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그야말로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것이 앞서 세 가지 이치를 전혀 깨닫지 못한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특히 다음의 문장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페이지를 쉽사리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행복이란 아침에 손을 흔들며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나간 아이가, 저녁이 되면 아무 일 없이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와 책가방을 방한구석에 던져넣고 냄새나는 운동화를 의자 밑에 쑤셔박는 것이다. 120쪽


책을 읽기 전에는 책 소개글과 표지에 적힌 문구만 보면서 저자가 말하는 이별이 가족과의 이별, 일상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소하고 큰 마음의 이별 등 개인적인 내용만 다룬 줄 알았다. 하지만 저자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자국에서 '가장 능력있고 따뜻한 장관'으로 평가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초반에는 담백한 필체구나 싶었는데 그 어떤 것도 개인에서 머물지 않는 포용력과 배려가 묻어나 정말 따뜻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름에 따뜻한 글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지 모르지만 아무리 날이 더워도 마음이 시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 시린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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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님 2016-06-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좋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