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별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 지음, 최상희 옮김 / 사계절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고 어두운 숲 속에 여우가 살았다.' 로 시작하는 이 책은 등장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 수로 헤아리자면 셀 수 없으나 총류로 나누자면 그러하다. 한 마리의 여우, 그 여우와 친구였던 하나의 별, 그리고 무수히 많은 별, 여우에게 쫓기는 토끼, 벌레 등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오로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별을 찾아다니는 여우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무슨 내용인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활자를 읽었지만 '이게 뭐야.'싶은 마음뿐 이었다. 하루가 지난 뒤 다시 읽었다. 일부러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도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여우가 별을 찾아헤매는 여정을 천천히 쫓았다. 오랜기간 별이 없던 날, 잠만 자던 여우의 마음을 상상도 해보고, 자신을 보면 무조건 도망치기 바쁜 토끼인 줄 까먹고 별의 행방을 묻는 여우의 심정이 어떠할까 가늠도 하면서 그렇게 읽었더니 두 번째는 좀 코끝이 찡해왔다. 그리고 세 번째. 깊고 어두운 숲 속, 여우가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고 그저 즐거울 수 있었던 것, 이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도 괜찮겠다 싶었던 별이 사라졌다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무섭고 두려운 일인지 실감이 났다. 어릴 적 친했던 단짝이 전학을 갈 때 울면서 이튿날 학교가기 싫다고 투정부리던 일, 부모님이 귀농을 결정 하셨을 때 홀로 빈집에 남아 밥을 먹던 일 등이 생각났다. 언제나 완벽하게 혼자 였던 적도 없던 때에 난 그렇게 슬퍼하고 괴로워했었는데 누구에게 물어도 제대로 된 대답조차 들을 수 없던 여우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자꾸만 자고 또 자고 싶었던 그 마음이 차차 이해되고 공감되기 시작했다. 고된 여정끝에 수 많은 별을 발견했을 때, 그 안에서 자신과 벗하던 별도 분명 있을거라 믿는 씩씩한 여우가 너무 대견하고 기특해서 궁디 팡팡 해주고 싶은 맘이 들었다. 아마 내가 어른이 아니라 아이였다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활자만 그대로 따라 읽을 줄 밖에 모르는 메마른 감성이 아니었다면 처음 읽고서도 이런 기분, 이런 감동을 느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은 동화책도 즐겨 읽고 문학작품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여전히 확연하게 눈에 들어오는 활자로 된 감성이 아니면 느낄 줄 모르는구나 싶어 한번 더 울컥했다.  남의 이야기를 그저 듣기만 하는 버릇, 혹은 내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것 말고 진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서 좋았다. 저자의 그 어떤 이력도 이 책의 내용앞에서는 빛이 바라는 것 같다.

 

 

 

여우와 별을 읽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질 수 있는 사람들,

아마 그들은 여우처럼 그렇게 소중한 별을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간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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