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딜
소피 사란브란트 지음, 이현주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스웨덴의 호화로운 주택가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매일 같이 아내를 폭행하는 정말 나쁜 인간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나쁜 남편들의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연기 덕분에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조차 그의 본모습을 모를 정도로 사교성 좋은 사람이었다. 어쨌든 그의 죽어서 가장 기쁜 사람은 다름아닌 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의 아내 코넬리아. 코넬리아가 그동안 가정폭력으로 인해 상처받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유일한 친구 조세핀이다. 조세핀은 공교롭게도 이 추리소설을 이끌어가는 여형사 엠마 스콜드의 친 언니다. 자매라는 설정 때문인지 M.J. 알리지의 [이니미니]가 떠올랐지만 전혀 다른 스토리라는 것을 적어야 겠다. 혹시 나의 이 한 줄 리뷰때문에 오해하면 안되니 말이다. 다시 [킬러딜]로 돌아가면 가정폭력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모르고 사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장면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동안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자주 폭행을 당했으면 분명 누군가 주변에서 그녀의 상처를 본적이 있지 않겠느냐 하는 질문등을 형사들이 한다는 점에서 가정폭력은 그야말로 '가정'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전문가들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 부분을 언급하는 까닭은 바로 이런 안일한 수사가 코넬리아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반전의 바전'이라는 광고 덕분에 이 책의 범인 적어도 '코넬리아'를 포함한 여자는 아니겠구나 하는 짐작을 다들 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범인이 아닐 확률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왜냐면 왠만한 나쁜 남자들의 유형이 모두 등장하기 때문이다. 복수심에 타오른 범죄라는 점은 잔혹한 살해방법에 의해 알 수 있었지만 살해동기는 그야말로 마지막 페이지를 읽지 않고서는 짐작만 할 뿐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이지만 않을 뿐 대략적으로 어떤 원한이 있었겠구나 하는 추리가 가능해지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것은 코넬리아 남편의 살인 사건이후 추가적으로 일으킨 범죄 때문으로 독자들은 오히려 알듯 말듯 모호하게 그려지는 구도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된다.


[킬러딜]을 처음 읽고 중반부까지만 해도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 중 이만한 작품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나 흥미진진하고 독자들의 가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작품이 왜 이제서야 국내에 출간된 것인지 억울할 정도였다. 엠마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정말 궁금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부터 슬슬 범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라?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끝에 다다랐을 때 엄청난 배신감에 화가 날 정도였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더니 왜 반전이 없는지 궁금했는데 이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 범인이 누군지, 살해 의도를 알고 났을 때 허망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배신감이 느껴졌는지는 일어보면 알 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배신감이 느껴진 것은 그만큼 코넬리아, 엠마, 조세핀에게 몰입했다는 증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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