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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 책 숲에서 건져 올린 한 줄의 힘
신정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처럼 가슴에 새기고픈 문장들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거친 인생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길 기원합니다. 8쪽

5년 전 장시궈의 소설 [장기왕]에 "호랑이가 어디 있는가? 사람이 스스로 두려워해서 산을 오르지도 못하는구나." 라는 문장이 있다. 다름아닌 내 가슴에 새겨둔 문장인 것이다. 저마다 가슴속에 작품이 통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내용을 떠나 하나의 문장이 오래도록 빛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의 저자는 그것을 우리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이 읽고서 울림을 얻었던, 그래서 힘든 세상을 견뎌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힘을 얻었던 문장들의 소중함을 알려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명언집이나 아포리즘 모음집처럼 달랑 문장만 던지거나 그 글이 수록된 책과 저자의 신변잡기를 부여하지 않고 어떻게 그 문장이 울림이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그 문장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런 방식이 어떤면에서는 저자가 느꼈던 바를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 것인지 고민도 될 수 있지만 어느 문인의 말처럼 앞뒤 문맥 다 버리고 하나의 문장만 보며 그 책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말도 있듯이 전반적인 책의 내용과 문장의 연결고리를 제시해주는 것은 정말 중요했다.
지나간 것을 좇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은 마음에 두지 말라. 23쪽
위에 문장을 예로 들자면 앞뒤 문맥을 굳이 찾지 않더라도 가슴을 두드려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처럼 남과의 경쟁을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외톨이로 살 수만도 없는 사회에서 미련과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누구나 가지고 살기 때문에 저 문장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앞서 이 책의 강점으로 꼽은 것처럼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저 문장과 유사한 내용이 실린 [루바이야트]의 유사한 소절 '오늘이면 족하지 무엇을 개의하랴.'라는 문장도 실어주고, 위의 문장이 담겨있는 [일야현자경]과 함께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 '지금'을 붙잡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하나의 문장을 더 살펴보자면 아래는 팡세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불행은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며
내 마음만이 그것을 치료할 수 있다. 168쪽
역시나 위의 문장과 마찬가지로 이렇게만 봐도 마음에 와닿는다. 법륜 스님을 비롯, 불교에서 가르쳐주는 내용과 정말 흡사한 이 문장이 파스칼에 의해서도 쓰여졌었다는 사실과 함께 불행한 내 마음의 유일한 치료자가 내 마음뿐임을 알려주었다. 어떤 문장을 읽을 때 당시 상황과 심리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이해될 때도 많고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그르게 해석한 후 버려지는 문장으로 남겨질 수도 있다. 동양의 논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이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해석다고 논의되는 까닭도 그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저자가 해석한 바가 반드시 그대로 우리의 삶에 적용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저자를 탓할 수 없다. 맨 처음 책을 펴내며 저자가 한 말을 상기시키면 된다. 거친 인생속에서 가슴에 새겨진 문장 덕분에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저자의 선한 의도만 기억하면 된다. 책에 실린 작품들을 책 맨뒤에 실었기 때문에 읽어보면서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이 저자와 같은지, 또 같더라도 느낌이 어떻게 달랐는지를 기록하면 자기만의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한 권을 완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