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제임스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를 읽으면서 초반 그의 청년기, 글쓰기를 막 시작할 무렵의 일화를 접할 때면 14년 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글을 잘쓰고 싶어서, 작가란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궁금해서 펼친 책인데 두 권 모두 저자들이 작가가 되기 까지의 과정, 그러면서도 굉장이 운이 좋았다고 밖에 안느껴지는 이야기를 절반 이상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쾌하거나 별로였냐고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왜 이 사람들이 작가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우리가 생각하고 이상으로 삼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벽을 허물어주었다. 제임스 미치너 작가의 경우 직업으로 따져보자면 작가보다는 편집자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있을 때는 퇴학을 당했었을 만큼 골치덩어리이기도 했지만 그의 문학적 재능을 알아본 교수의 덕분에 대학에서는 퇴학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급호텔 사장에 눈에 띄는가 하면 저명한 출판사 편집자의 사랑도 받았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운이 좋지 않았던 덕분에 호텔사장 혹은 지배인이 될 수 있었던 자신의 운명이 책과 만날 수 있었을만큼 그는 미친듯이 작가가 되어보자고 '머리'를 쓰던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까닭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지금까지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머리를 굴릴 생각만했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이야기꾼 소리를 듣고자 한 적은 없었다. 싫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고, 그저 글을 정말 잘썼다는 이야기만 들으려는 머리로는 타인의 마음은 커녕 내 마음도 움직일 수 없었던게 맞다. 심지어 공부도 잘하고 운도 따랐던 저자는 작가의 길을 걷게 된지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작가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는 이전에는 이따금 실수하더라도 올바른 길로 되돌아온다고 말했던 것이 잘못되었음을 정정한다고 스스로 말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나이가 들어 노작가가 되면 고전 문필가등을 존경하기는 해도 동시대의 작가를 힐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임스 미치너는 그런 부류도 아니었다. 언뜻보면 비아냥 거리는듯한 그의 말투도 조금 만 더 읽어보면 그에게 작가적 기질이 없이 그저 운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 실려 있는 글들이 해당 작가의 작품 기고문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재치있게 다른 작가의 편향된 성향마저 그 사람의 '작품'만을 두고 평가하려는 면모가 좋게 보였다. 작가와 작품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좋은 작가의 사생활이나 사상때문에 좋은 작품이 묻히는 것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 3부는 작가가 일흔 다섯에, 여든 번째 생일을 맞이했을 때, 그리고 그 이후에 점점 나이들어가는 자신을 두고 쓴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아직 30대를 지나고 있는 내게 참 큰 울림을 던져주었다. 사실 부모님도 계시고, 하늘로 먼저 가신 조부모님도 계셨지만 왠지 일흔 이후에 삶이란 큰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시를 쓰는 저자의 태도가 꽤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70대까지는 마치 이제 세상에 미련이 없는 듯 모든 것을 초연한 듯하다가도 여든에는 신을 등장시켜 자신의 성실한 삶을 위로하였고 그 이후에 시를 보면 여전히 생에 대한 애착까지는 아니더라도 긍정적인 의욕과 자연에 대한 애경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 어느순간 숫자가 더해지고 신체능력이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점점 더 무르익는다는 생각에 나이듦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미래는 걱정하지 않아.

이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기만 한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선남선녀들이 일어나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새로운 책을 쓰고

정원의 다람쥐에게 먹이를 줄 테니까.

-아흔이 되어가는 작가에게 주는 시- 중에서 p.287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왜 쓰는지 결국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내가 쓴 리뷰를 보더라도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작가,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있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실 책을 정독하다보면 작가에 대해, 글쓰기에 대한 내용도 많지만 내 마음을 흔들었던 내용은 위와 같았다. 삶에 대해 정직해지는 것, 타인과 내게 와준 모든 능력을 포함한 인연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끊임없이 쓸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작가가 쓰는 이유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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