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블라인드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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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르 요나손의 다크아이슬란드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스노우블라인드.

 

어린시절 부모를 잃고 홀로 자란 하리 토리. 그에게 신이란 존재는 인간을 보살피고 선과악을 명백하게 구분짓는다기 보다는 어린 시절 자신을 철저하게 외롭게 만든 사건들 속에서 구해주지 않은 야속함 그 자체였다. 돈과 실리만을 추구했던 아버지와 정반대의 길을 가기 위해 철학과를 지원했다가 결국 자신이 왜 이런 혼란에 빠져야 하는지, 해답을 얻기 위해 신학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신학역시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자신이 찾고자 하는 답을 얻지 못한다는 것만 깨닫게 될 뿐, 다른 신학도들 처럼 신앙이 깊은것이 아니라 결국 몸으로 부딪히는 경찰학교에 지원,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에게 유일한 희망과 평온은 여자친구 크리스틴이다. 의학공부를 하며 병원일까지 병행하는 그녀는 늘 교과서를 가지고 다닌다. 경찰직에 지원서를 여기저기 제출해봐도 모두 거절당하고 침울 해 있을 때 북부 지역 피요르드 해변가의 작은 마을 시클루 피요두르 경찰서에서 그에게 연락을 해온다. 당장 출근하겠단 확답을 주지 않으면 물거품이 되어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하리 토리는 동거중인 연인 크리스틴과의 상의없이 무작정 출근하겠다고 답한다. 레비야크에서 두 사람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던 크리스틴은 하리 토리의 일방적인 결정에 마음이 상하고 그가 시클루 피요두르로 떠난 뒤에도 둘의 냉전은 끝날 줄은 모른다. 둘 사이가 서먹해질 무렵, 그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거란 믿음으로 현관문도 걸어잠그지 않는 마을에서 유명한 문인의 실족사가 발생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외지에서 온 하리 토리를 제외하고는 마을사람 누구도 이 사건이 그들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어 일어난 한 여인의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지면서 하리 토리의 경찰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글의 초반 내용은 위와 같고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은 그다지 대수로울게 없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눈, SNOW BLIND 雪盲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크리스틴과의 관계가 불안한 상태에서 사건의 용의자일지도 모르는 여인과 묘한 관계에 놓인 하리 토리의 심리적 갈등도 그 결말이 궁금해지지만 엄연히 범죄 스릴러인만큼 과연 두 사건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초반에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라그나르 요나손이 왜 천재작가라 불리는지 짐작이 되었다. 왜냐면 지금까지의 추리소설은 범인인듯한 사람이 범인이 아니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범인으로 등장하며 독자의 허를 찌르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범인이었지만 알고보니 슬픈 사연이 있었다는 안타까운 반전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작품은 그 두가지는 물론 범인이 밝혀진 이후에도 여전히 갈증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먼저 읽고 리뷰를 쓴 다른 독자들이 왜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었다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첫 페이지를 읽는 그 순간 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까지 도저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하리 토리의 개인사는 물론 애정관계까지 궁금증이 연달아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갈증을 일으킨 뒤 해답을 뒤늦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독자의 답답함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왠만한 내용은 바로바로 누군가의 입을 통해, 하리 토리의 심증을 통해 대꾸해주니 바로바로 페이지가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처음 하리 토리가 등장했을 때 부터 너무나 당연하게 머릿속에 떠오른 배우가 있었다. <포인트 브레이크>에서 하리 토리 처럼 방황끝에 FBI요원이 되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서 용의자 중 한명인 여자와의 만남으로 갈등을 겪는 부분까지 매우 흡사한 '조니 유타'역의 루크 브레이시. 혹 이 작품이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까지 제작된다면 부디 루크 브레이시에게 하리 토리 역할이 주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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