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
카렌 메랑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일터까지 실어다주는 이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허공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전날 본 영화를 떠올릴까? 오늘 할 일을 생각하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131쪽

 

출퇴근을 포함 이동할 때는 거의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각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날이나 운이 좋아 앉아서 갈 때면 저자 카렌 메랑처럼 소설의 소재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서있는 날이 많다보니 주위에 서있는 다른 사람들과 새로 난 빈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회사로 가기 전 부터 그렇게 사소한 경쟁을 하다보니 정작 출근해서 책상에 앉으면 퇴근한 듯한 편안함과 피곤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어찌되었든 저마다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한데 이 책의 저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의 초안을 떠올렸고 결국 지인들의 도움으로 전자책 출간에 이어 종이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지로서 축하할 일이다.

 

소설의 내용은 28살 헤어브랜드 마케팅 팀장 마야가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 하던 어느 날 아침 그녀의 휴대폰을 훔쳐 달아난 소매치기를 쫓아가준 노숙자'로제'와의 인연을 다룬다. 이 이야기가 중심으로 흐르는 가운데 형제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또래들도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싱글인 마야를 걱정하는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아주 화목한 가족들이 결혼문제로 마야의 신경을 건드린다. 뿐만아니라 직장에서는 '사브리나'라는 능력은 능력인데 화술능력만 뛰어난 까닭에 매사에 마야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다. 20~30대 직장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주변에 깔아두었기 때문에 '노숙자와의 인연'이라는 다소 낯설은 주제를 내세워도 그렇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나탕'이라는 마야의 연인을 후반부에 등장시키면서 우리가 노숙자를 생각했을 때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 '일 할 의지가 없는 사람'을 언급하며 사회문제와 현실적인 부분도 다루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를 높여준다. 마야는 주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정식 직업을 가질 수 없는 로제에게 자신의 마케팅 능력을 이용해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아이디어를 내지만 독자가 보기에도 그다지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그런가하면 백마탄 왕자를 꿈꾸며 늘 우연을 기다리는 마야의 모습이나 소설의 결말도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드시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확률높은 결말만 보여줄거라면 굳이 이 소설을 읽을 까닭도 어떤 기대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이 소설의 결말이 와닿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있고 작품의 흥미를 높였다는 점에서는 공감할 수 있었다.

 

역자후기를 보면 이 소설을 읽고 난 후라면 지하철을 타는 것이 이전과 같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역자의 말처럼 지하철에서 만나는 노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로제와 같은 노숙자는 극히 일부라고 말하며 부정할 수도 있다. 혹은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로맨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떠냐고 묻는다면 난 이 책의 저자 카렌 메랑를 떠올리며 열심히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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