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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평점 :
[오베라는 남자]로 많은 팬층을 확보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색다른 장르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 함께 사는 이웃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휴먼스토리라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혼자가 아니다. 오베 할아버지가 신경질적이고 오만해보이는 것처럼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작품에 등장하는 엘사와 엘사의 할머니 역시 언뜻봐서는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불친절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보통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란 의미는 아니다. 저자는 두 작품을 통해서 독자에게 그 점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다른것이 나쁘거나 틀린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
책소개만 봤을 때 일곱살 먹은 엘사가 상대방이 어른일지라도 맞춤법을 교정해주고 지적한다고해서 꽤나 잘난척하고 어른인 척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책을 펼치니 그린핀도르 목도리를 하고 다니며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을'고급문학'이라 부르며 즐기는 엘사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른점이 없었다. 물론 엘사는 또래들이 그 고급문학을 즐기줄을 모른다고 무시한다. 마치 엘사의 엄마가 엘사 할머니의 부재로 지나치게 완벽주의자로 성장한 것처럼 엘사 또한 조금 다르게 성장했을 뿐이다. 이야기의 갈등이 여기서만 머물렀다면 한 가족사를 다루고 세모녀의 화해정도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레드릭 배크만은 정말 영리한 작가다. 가족간의 화해뿐아니라 타인과의 화해까지 이야기를 확장시켰고 그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엘사 할머니가 깰락말락 왕국이라는 상상의 나라를 건설해서 엘사에게 전달하듯이 독자가 엘사를 따라 상상을 펼쳐가는 동안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재미나게 배워가는 것이다. 놀이하듯 학습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것처럼 엘사 할머니가 유언 처럼 물려준 보물찾기를 하는동안 우리는 그렇게 놀이하듯 이웃과의 화해를 옅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오베라는 남자는 얼핏 보면 완벽해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못했다. 시련이 닥쳤을 때 마음을 닫았고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기까지 해서 더 큰 오해를 불러올 때도 있었다. 다정한 아내덕분에 이웃과 화합하고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내를 잃었을 때 자살까지 결심했던 것은 너무 사랑해서 이기도 하지만 세상과의 연결고리였던 그녀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엘사 할머니가 가장 염려했던 것은 엘사가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 염려되었던 것이다. 병원장 엄마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엘사에게 결코 모자란 보호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사는 사회적응력이 매우 부족했고 그점이 늘 염려되었던 할머니는 병원에 실려가기 전까지 내색없이 히어로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는 크고작은 문제에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부딪힐 수 밖에 없다. 흔히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는 그 시련을 그야말로 이겨낼 수 있는 '고비'로 넘기고 시련 뒤에 어떤 열매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를 기대하기까지 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는 자신에게만 시련이 닥친거라고 여기며 매 고비마다 극단을 선택하기도한다. 이 책의 중요한 이야기는 초반에 이미 다 알려준다. 아이에게는 시련때마다 그 시련을 함께 넘어주진 못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이겨내지 못할 언덕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보물찾기의 힌트를 던져준다면 책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아파트 구성원에 대한 안내도를 유심히 봐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