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뉴욕
E. B. 화이트 지음, 권상미 옮김 / 숲속여우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좀 별난 상(賞)이기는 해도, 뉴욕은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고독이라는 선물과 사생활이라는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


로 시작되는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은 E.B 화이트의 [여기, 뉴욕]은 1940년 후반기의 뉴욕을 다녀온 작가의 뉴욕기행문이다. 글의 시작만 봐도 저자가 바라보고 느낀 뉴욕의 감상이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독'이라는 단어가 홀로 쓰였다면 모를까 지나친 소음과 공해와 경쟁속에 진실한 의미의 고독과 사생활 보호는 그야말로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보면 아직 그곳을 방문하지 않은 내게는 저자가 다녀왔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생활'이라는 선물을 더이상 받기 곤란해 졌다는 정도일 것 같다. 극장이나 카페에서 유명인사를 만날 확률이 '파파라치'덕분에 아예 불가능한 일에 가까워진데다 극심한 교통 정체는 물론 지하철에서도 거대한 쥐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금의 뉴욕이기 때문이다. 화이트도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자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저자서문에 '현재의 뉴욕 현황 파악'의 과제를 저자가 아닌 독자의 몫이라고 이야기했고, 우리역시 화이트의 책을 읽고서 무턱대고 그가 누렸던 뉴욕의 정취를 지금도 누릴 수 있을거라 확신하진 않는다. 책속에 등장했던 여러 장소가 사라져버린 것은 아쉽지만 비단 뉴욕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초,중학교를 다녔던 어릴적 동네에 20여년만에 같은 학교를 졸업한 언니와 다녀온 적이 있는데 '보물찾기'수준으로 하나하나 살피고서야 진짜 그동네가 내가 살았던 장소였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였다. 낮은 건물들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고 온통 아파트단지로 변해버린 그 곳에서 어릴 적 언니와 내가 놀던 놀이터며, 자주 다니던 건물은 물론 심지어 중학교는 이전까지 한 상태였다.


화이트가 다녀왔던 뉴욕은 주말이면 조용하고, 유명인사도 거릴 활보하기에 큰 부담이 없었고, 미술관이나 극장도 본연의 목적으로 찾는 사람으로 소란스러웠던 반면 지금의 뉴욕은 '관광'과 '엿보기' 혹은 '훔쳐보기'가 만연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독한 이 도시를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드는 이유는 자신들만의 선물을 발견했거나 찾을 수 있을거라 기대하기 때문아닐까. 화이트의 말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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