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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암브로시오 성당의 수녀들 - 1858년 하느님의 성전에서 벌어진 최초의 종교 스캔들
후베르트 볼프 지음, 김신종 옮김 / 시그마북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지난 달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묻혀져있던 가톨릭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보스턴 글로브지 특종팀 기자들에 의해 세상밖으로 나오게되는 과정을 그린 '실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성 암브로시오 성당의 수녀들]이란 책을 본 순간 이 영화를 떠올린 사람들이 나 뿐은 아니었을 것이다. 심지어 책의 내용은 100년도 더 지난 1850년대 성 암브로시오 성당 수도원을 배경으로 있었던 일로 그 이후에도 종교단체가 가지는 보수성과 폐쇄성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를 제대로 응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그저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 인 것 처럼 보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감추려고 하는 이들을 묵인해주는 사람과 단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타리나를 다루는 역사 서술 또한 그녀의 인생과 그 후에 있었던 재판 과정을 비밀로 하는 경향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공식 전기 작가인 카를 테오도어 친겔러의 텍스트도 이 추세를 따랐다. 564쪽
카타리나 폰 호엔촐레른은 성 암브로시오 성당에서 루이사 마리아란 이름으로 15개월 동안 예비수녀로 지낸다. 그녀는 수도원의 다른 수녀들과는 달리 귀족이며 로마 출신도 아니었다. 그 때문에 처음부터 그녀가 수도원에서 호의적인 대접을 받지 못했을거라 짐작할 수 있고, 그녀의 고발로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마치 그녀가 젊고 아름다운 수녀원장 대리를 질투해서 거짓된 증언을 한다고 오해받았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초반에 그녀가 예비수녀로 정착하기 전 무려 6개월간 수도원에서 사건의 중심인 마리아 루이사를 아주 호의적인 인물로 보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카타리나가 보았을 때도 마리아 루이사는 '성녀'로 보여졌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예비수녀로서 생활하는 동안 그녀는 차마 상상하지 못했던 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심지어 그녀가 알고있는 진실을 외부에 알리고자 했을 때 수도원의 수녀들은 그녀를 독살하려는 시도까지 감행한다. 그녀가 독살 등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할 때 조차 그녀의 가족력과 병력 등을 앞세워 사건은 물론 그녀에게 가해진 위협조차 그녀의 착각인 것 처럼 몰고 갔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그 이후 사촌의 도움으로 카타리나가 수도원에서 탈출, 재판에 서기까지의 내용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이 사건은 무려 100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다. 해당 사건과 관련된 문서가 1998년이 되서야 비로소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영화속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등장하는데 다름아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기록한 문서들이 법에 의해, 혹은 가톨릭 교구의 요청에 의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묻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부패하고 타락한 단체, 그것도 종교단체에서 이런 일들이 예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어째서 교회를 다닐 수 있느냐고.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며,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곳은 어쨌든 사람이 주관하는 단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비단 종교단체 뿐 아니라 학교, 문화기관, 공기관 등에서도 사건은 일어난다. 다만 일어난 사건을 확실하게 책임지고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그 실수를 한 사람만큼 모른 척 하거나 아예 눈감아주는 사람 역시 잘못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