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노릇 아이 노릇 - 세계적 그림책 작가 고미 타로의 교육 이야기
고미 타로 글.그림, 김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계적 그림책 작가라고는 해도 고미 타로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익은 이름이라 읽고서 기억을 못하나 했는데 책의 뒷표지에 실린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에서 고미타로의 글을 언급했음을 알고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책을 읽을 당시에도 메모해두고선 잊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덕분에 편견도 없고 그저 새롭게 다가올 것이 오히려 다행이기도 하다. [어른노릇 아이노릇]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중에서는 어른들은 너무 오래 살아서 '편견'에 갇혀있어 모든것이 새로운 아이들의 입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메모까지 해두고 잊은 내 처지가 얼마나 다행인가.



책 제목은 어른노릇, 아이노릇이라고 마치 각자의 '노릇'이 나뉜것처럼 보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잘못생각하고 있는 '상식'과 허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처럼 들렸다. 세계 어디를 가도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게임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시간에 공부하거나 예체능계에 속한 아이들은 운동, 악기연주, 회화 등으로 시간을 보내도록 강요하는 데 작가의 말처럼 아이들이 집중하고 싶은 대상이 없어서 게임에 몰입하고 있을 수도 있고 '몰입'자체가 정말 중요한 태도 중 하나라면 그것이 설사 게임이라도 굳이 막아야 될 필요가 없다. 무조건 '열심히'하라고 할 때에 '무조건'은 '부모가 원하는 것'에 다른 말처럼 들린다. 그런가하면 작가가 나고 자란 일본의 분위기도 내가 살고있는 한국사람들이 미술관에서 보이는 태도와 거의 흡사하다. 작가에 대해 배경지식이 있거나 화풍이나 미술사를 알지 못하면 선뜻 미술관에 다니는 것을 꺼릴 뿐 아니라 클래식 연주회장을 가도 제 때에 박수를 치지 못할 것이 염려되어 아예 발길을 끊는 경우도 많다.




모두 '예술을 느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소나 양처럼 조용히 앉아 보고 들을 뿐입니다. 그림이나 음악을 접하면 예술 바이러스 같은 게 몸에 들어오는 데 그 바이러스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잘 키우려면 되도록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94-5쪽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사고방식이 어떤 사람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은 그렇게 자유방임적으로 키우는 것은 당신만의 방식일 뿐, 우리가 틀렸다고 말할 수 없지 않겠느냐 반문할 것만 같다. 가령 어릴 때 태교에 좋다고 태어나기도 전에 태아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어느정도 성장해서 수험생이 되기 전까지는 그림책을 읽어주던 부모라면 '그림책 읽어주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는 작가의 의견에 공감하기 어렵다. 저마다 자기만의 즐기는 방식이 있어서라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유년시절 엄마가 직접 들려주던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혼자서도 책을 읽고 엄마에게 다시 부탁해 듣기도 했었던 기억때문인 것 같다.



학교를 부정하는 젊은이들 중에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연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은 학교에 가서는 안 됩니다. 학교에 있으면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정하고 떠나는 겁니다. 학교를 떠난다, 그만둔다는 행위에서 그런 인상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186쪽




언젠가 유명 사립대 학생이 공교육 시스템을 부정하며 자퇴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학생의 취지는 이해가 가고, 열심히 공부했던 만큼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당당하게 버릴 수 있는 패기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마치 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현 교육시스템에 무조건 복종하고 용기가 없어서 머무르는 듯한 상대적인 비참함을 준다는 점에서는 좋게만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학교를 부정하는 것이 그들 개인의 의견인 것처럼 학교에서도 충분히 좋은 스승과 제도를 통해 진정한 교육자로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기에 '배우고 싶은 사람은 학교에 가서는 안된다'라고 강경하게 말하는 부분에서는 공감되지 않았다. 이렇게만 적으면 분명 지나치게 독단적인 작가의 글 혹은 자기기준에서만 저자의 의견을 이해한 편협한 독자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문에 밝힌 것처럼 '편견'을 벗어야한다는 점에서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며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할 뿐이지 이외에 다양한 사례와 의견등은 나또한 저자와 뜻이 같다. 정리하면 이 책을 읽다보면 내게 부족하거나 내가 고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그 까닭이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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