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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이라는 타이틀을 보는 순간 '더럽게'에 시선이 꽂히며 장르가 소설일거라는 것을 확신했다. '빠르게' 혹은 '완벽하게'라던가 특정 직업이나 금액 혹은 기간을 언급했다면 자기개발서로 오해했을수도 있지만 더럽게라니! 정말 오랜만에 내려야 할 역을 책을 읽느라 놓칠 뻔한 경험을 할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입안이 텁텁해졌다. 이미 가진사람, 가진사람이 부모인 경우 등을 제외하면 부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더럽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란 것을 제대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더럽다라는 표현이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기실 아니라고 말할 순 없지만 깨끗하게 부자가 되었다고 한들 보는입장에서는 또 다를게 뻔하다.
사실 아버지는 똑같은 이유로 지주를 싫어하는 만큼 그들도 싫어한다. 아버지에게는 그들이 아주 오만하고 게을러 보이는 까닭이다. 16쪽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가난'이 개인의 잘못이라고 몰고가는 데 있다. 지금 당신이 가난하다는 말은 당신이 게으르고, 무능력하며 심지어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투정만 부리는 사람이라는 다른 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과연 가난이 개인의 문제일까? 열심히 노동하면서도 차에서 일분 일초도 내려오지 않으려하는 부자부모를 둔 나태한 부자아들은 과연 부지런한 사람일까? 하지만 이런 문제를 책에서는 결코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계속 이런 방식이다. '당신'이라고 필자가 가리키는 대상은 아시아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병마와 시달리고 있는 10대 소년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책을 읽는 독자다. 당신이라고 지칭하면서 소년이 도시로 나가 '예쁜 여자'를 만나고 또 일을하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동안 또 하나의 '당신'인 독자는 지난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만약 독자인 '당신'역시 책속에 등장하는 '당신'처럼 도심을 나와 일을하고 쓰라릴정도는 아니지만 당신과 비슷한 가정형편에서 탈피하기 위해 연인이 당신을 버리고 더 먼곳으로 떠나버렸다면 점점 더 심하게 책속으로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도심으로 나온 것도 아니고, '예쁜 여자' 대신 '멋진 남자'를 만난것도 아니다. 성공하기 위해 어렵사리 공부를 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친사람처럼 웃고 때론 심각하게 인상을 써가며 읽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연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폭력,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고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진 않지만 그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만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결론은 정해져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틱하게 정말 정직하게 예쁜 여자와 정상적으로 연애도 하고 가정을 꾸린다면 비현실적이라고 불평할테니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쪽이 좋았을 것이다.
나는 잠시 여기서 당신과 함께 머물고 싶다.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당신의 허락 아래 공간을 초월해, 당신의 창조물 속에 머물고 싶다. 그것은 나를 애타게 하는 미지의 세계다.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해서 상상조차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 상상은 참으로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감정이입이라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능력이다.
222쪽
어떤면에서 책의 내용이 자전적인 부분이 전혀없다고 볼 순 없지만 자기개발서가 아닌 소설로만 생각했을 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맨처음 저자가 밝힌것처럼 자기개발서라는 것이 어차피 누군가의 개인발전사를 통해 배울점은 배우고 과장된 부분은 필터링하며 읽어야 하는 것이라면 공감할 수 있고 나름 시련과 극복 그리고 '자식'을 통해 앞을 내다보기까지 하는 이 소설은 충분히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