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 - 옛날, 옛날에 동양 여성들은 이렇게 살았다네
E. B. 폴라드 지음, 이미경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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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서나 여성의 상대적 지위는 나라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리고 이러한 잣대를 동양에 적용해보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결과가 드러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같은 처지에 같은 그룹내에 존재할 경우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흔히 '어디로 나가 물어보자'라고 하며 제3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동양 여성, 내가 살고 있고 내가 속해있는 아시아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이유처럼 제대로된 시각에서 보고 있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까닭에 서양인이자 성별이 다른 작가 E. B. 폴라드가 과거 동양여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옳고그름을 떠나서 읽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라고 강조하고 싶은 까닭은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때도 역시나 그것이 전부 사실이라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참고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정보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태초'아담과 이브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작가의 말'을 보면 저자는 성서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높았기 때문에 자주 등장한다고 말한다. 흔히 여성이 종교적으로는 늘 약자였다고 말하는 의견과는 상대적인데 성서를 종교이자 학문으로 공부한 저자이기에 가볍게 들리지 않고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더불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들도 언급된다. 강인한 히브리여성의 이야기를 성서가 아닌 기독교문헌을 통해 전달하면서 타종교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지위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처럼 서양 남성인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전설과, 신화뿐 아니라 문학과 역사에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해 오랜기간 연구하고 이를 한편의 이야기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은 정말 좋았다. 그런가하면 얼마전 보았던 터키영화 [무스탕]이 떠올라 터키여성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 관심이 갔다.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터키여성의 지위는 '결혼'만이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며, 그 탈출구 역시 표면적인 것만 바꼈을 뿐 그안에서 그녀들이 살아내야 할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결코 100년 전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터키 가정에서 여성이 거처하는 구역은 하렘릭, 남성 구역은 이슬람릭이라고 한다. 물론 여자들의 구역은 고립되어 있다. 남성 의사는 여자가 아플 경우, 그녀의 손과 혀만 진찰 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총 14개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실은 10권으로 출간된 ‘Woman : In All Ages and In All Countries’ 시리즈의 제4권이라고 한다. 다시말해 동양여성만을 염두하고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리즈 전체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우선 적으로 느낀바를 먼저 적자면 과연 여성의 권위가 '동,서양'을 나눌 만큼 극명하게 다를까 싶다. 여성이 차별받는 것은 동과서를 나눌 수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사표명을 하고 권위를 찾기위해 누가 더 드러내어 투쟁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고 생각된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게 만든 것은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지만 원작을 아직 확인하지 못해 파트별 소제목을 저자가 정한 것인지 역자와 편집자가 재구성했는지 모르지만 소제목만 보더라도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보는 저자의 시각이 그다지 중립적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한국사람이라서 은연중에 '아냐, 그럴리 없어'라는 오만이 자리잡혀있을 수도 있겠지만 마치 서양사람들이 '게이샤'를 신비롭고 주도적인 여성으로만 보는 듯한 느낌을 이 책에서도 받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편집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100년 전 저자의 눈에 비친 동양여성들의 지위가 지금이라고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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