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재발견 - 내 속에 감춰진 진짜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현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매사에 빠른 판단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현명한 사람을 두고 이성적이라고 흔히 말한다. 감정에 휘둘린다는 것은 어찌보면 감정적이라는 말보다 감정을 제대로 느낄 줄 모르는 것, 다시말해 이성적의 반대가 감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아니고 조반니 프라체토의 [감정의 재발견 : how We feel]을 읽고 난 후다. 감정을 과학적으로 이야기 하기전 감정의 중요성과 뇌와 관련성부터 설명해준다. 총 7개의 감정, 분노, 죄책감, 슬픔, 기쁨, 사랑, 불안, 공감등을 이야기하기 전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혹은 인물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우리에게 진화론으로 잘알려진 다윈이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도 연구했다는 사실과 그 결과가 지금까지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하며 학창시절 우리가 반복해서 외워야 했던 에고, 이드 등의 용어를 통해 인간의 정신구조를 설명한 프로이트도 물론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뿐만아니라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사상도 등장하니 이 모든 용어와 이야기가 인간의 '감정'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편안하게 읽기만 하면 된다.

 


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뇌관을 둘러싸고 있는 전전두엽 피질이 감정과 관련되어 있는데 뇌간이 손상되었을 경우 치명적이라 생명자체와 연결되어 있는 반면 전전두엽 피질의 경우 인간만이 다른 동물에 비해 크고 발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감정'과 직접적인 영향을 맺고 있다. 저자는 그 한 예로 쇠파이프가 뇌를 관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물론 복직이 가능할 만큼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이 회복했던 '피니스 게이지'의 사례를 들어준다. 사고 전후 게이지에게 달라진 점은 온순하고 주변사람들을 배려할 줄 알았던 차분한 심성에서 쉽게 화를 내고 툭하면 남탓하는 비사회적인 성향으로 바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성격덕분에 결국 일자리도 잃고 10여년 뒤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다. 이성적인 판단보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렇게 쉽게 분노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성향은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분노와 판단력의 관련성과 함께 설명해주는 것이 앞으로 설명해줄 다른 감정에 비해 도덕적인 기준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다름아닌 분노라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분노는 일시적으로 타오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장시간 숨죽이고 있다가 크게 터뜨리는 등 감정뿐아니라 한 사람의 전 생애를 지배할 수 있는 위험한 감정이기도 하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분노는 사례에서도 등장한 것처럼 결코 유전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노에 이어 설명할 감정은 '죄책감'이다. 죄책감은 다른 감정이 본인 스스로의 '느낌'이라면 이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 혹은 사회에서 정해놓은 규범등을 위반했을 때 상대적으로 생겨나는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죄책감은 신경과학보다는 주로 심리학에서 오랜시간 다뤄졌다고 한다. 저자는 죄책감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다윗과 골리앗]을 그린 화가 '카라바조'를 등장시킨다.  그림을 잘아는 사람이거나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알았겠지만 카라바조가 싸우다가 상대편을 죽인 뒤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이후 선과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바로 그런 죄책감에서 비롯되어 앞서 언급한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그림속 골리앗이 다름아닌 자신이 죽인 상대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얼굴을 그렸기 때문이다. 저자도 인정한 것처럼 실제로 카라바조가 죄책감을 느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1장과 2장에서 다룬 분노와 죄책감에 관련된 감정만 이야기했지만 리뷰에서 보이는 것처럼 저자가 독자를 위해 사례로 들어준 영역은 의학, 심리학 이외에도 미술, 문학작품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서 감정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물론 피해갈 수 없는 어려운 용어도 등장하고 미주로 달아놓은 내용만 30여페이지에 달하는 만큼 가벼운 내용만은 아니다. 하지만 초반에 저자가 설명한 것처럼 감정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보다 이성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것 이상으로 '네 자신을 알라'고 했던 철학자들의 이상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일이기에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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