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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의 식채
미부 아츠시 원작, 혼죠 케이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문호의 색채
친구들, 이웃 블로거들이 자주 찾는 맛집도 궁금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마치 바로 앞에 음식이 차려진 듯 절묘한 표현과 식감을 제대로 전달해주는 저자 덕분에 군침이 돌며 작가들의 맛집도 궁금해진다. 맛집 뿐 아니라 그들이 주로 먹었던 음식은 무엇이 있는지 음식과 관련된 사연은 산문집을 통해 자주 접하는데도 늘 흥미롭고 재미있다. [문호의 식채]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이웃 일본의 대 문호들의 음식과 관련된 일화를 찾아다니는 가상의 인물인 마이초신문 카와나카 케이조와 쿠로다 국장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어떤 작가가 어떤 음식을 좋아했고 자주들리는 맛집을 찾아가보는 정도 일 줄 알았는데 등장하는 작가들의 간략프로필은 물론 작품속에서 그 음식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그때 그 맛집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음식을 팔고 있는지 등 자료조사를 정말 열심히 풍부하게 했다는 사실에 두껍지도 않은 이 한권의 책에 감탄이 터진다.
카와나카 케이조가 나츠메 소세키의 작품속 음식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소세키의 작품인 [도련님]을 다시 읽어보는데 이미 해당 작품을 읽었던 독자들 마저 그의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 케이조의 말처럼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안나는데다 당시에 평론가들이 분석한 내용만이 전부라고 믿었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가의 의도를 자기만의 기준으로 다시 알아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작품안에서 도련님에게 키요가 어떤 존재였는지 그녀가 차지했던 비중이 단순히 자신을 돌봐주던 나이많은 보호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신뢰를 가지고 있던 한 여성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는 케이조의 의견에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의 의견으로 보면 키요가 도련님에게 사줬다는 모미지야키를 쿠로다 국장이 엄마가 사주셨던 간식맛이야정도로 느낄테지만 케이조의 분석대로라면 조금 더 다른 의미의 모미지야키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나츠메의 음식이 흥미로운 분석정도로 그쳤다면 마사오카 시키의 음식이야기는 좀 더 절절한 면이 있었다. 척추 카리에스로 누워지냈던 시키에게 여동생 리츠가 해준 음식, 특히 시키가 죽기 1년 전 먹었던 점심밥에 관한 케이조의 상상은 만난적도 없는 시키라는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갖게 해주었다.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상태였기에 그럴수록 먹는 것, 음식에 집착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불안이 예술가적 면모의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35세에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관련된 음식이야기는 그런면에서 맛을 느끼는 것, 힐링 혹은 소울푸드를 가진다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했다. 그의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음식과 관련된 우울증 증세를 읽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화책 한권을 읽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케이조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를 제대로 만끽하려면 등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먼저 읽어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던 저자들의 에피소드를 제대로 느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만큼 문학과 음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성찬 같은 [문호의 식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