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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미시 ㅣ 아시아클래식 6
파질 율다시-오글리 구연, 레프 펜콥스키 채록.러시아어번역, 최종술.백승무 옮김, 이영진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1월
평점 :
아시아 출판사에서는 기존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아시아 문학을 계간지를 통해 독자에게 소개해주는 데 이번에는 중앙아시아, 그 중에서도 우즈벡 최고의 서사시라 불리는 [알파미시]를 출간했다. 알파미시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정도인데다 서사시라고 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영상으로 보았던 거와는 달리 어렵고 지루하진 않을까 했는데 번역본이라 그런지 리드미컬하고 쉬운 문체였다. 생각해보니 서사시이긴 하지만 애초에 문장으로 내려오던 것이 아니라 구전문학이다보니 셰익스피어의 서사시라기 보다는 한국의 판소리, 창가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칼미크 인들이 채찍으로 말을 때리네.
시끌벅적 우즈베크 인들을 향해 달려가며
열심히 빽빽대고 씩씩대네.
-본문 중에서-
위의 문장을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어렵지 않고 오히려 의성어, 의태어등이 빈번하게 사용되면서 읽다보면 활자가 아닌 소리로 전달되어지는 기분도 들었다. 물론 한국어로. 알파미시의 줄거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 후사가 없었던 알파미시의 아버지 바이부리와 그의 동생 바이사리가 어느 날 예지몽을 꾼 후 아이를 얻게 된다. 바이부리는 알파미시라 불리는 하킴베크와 쌍둥이 딸을, 동생 바이사리는 딸 바르친을 얻는데 이후 꿈을 통해 한번 더 아이들의 미래를 예언받게 된다. 확실히 아시아 지역에 영웅들은 꿈속에서 개시를 받거나 예언을 얻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하킴베크는 용맹한 덕분에 성인이 되기전에 이미 '알파미시'라는 칭호로 불리지만 안타깝게도 바르친과 혼인할거란 예언과는 달리 아버지인 바이부리와 바이사리가 다툼으로 인해 헤어지기도 하고 마치 인어공주나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사악한 노파가 등장하면서 위기감이 주는 등 웃긴 이야기라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읽다보면 저절로 납득이 되었다.
이야기가 끝난 뒤 해설편을 읽어보면 알파미시가 돔브라나 투다르 등의 현악기 반주에 맞춰 구연자가 가창하는 방식으로 읽혔다고 한다. 읽으면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는 느낌이 엉뚱하기는 커녕 어쩌면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서사시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쉬웠던 것이 사용하는 단어가 쉬워서였기도 하지만 산문이 중간중간 등장하면서 배경설명 및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이 다름 아닌 터키어 사용 민족들의 서사시가 갖는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한다. 처음 읽게 된 다스탄이자 우즈벡 문학이었던 알파미시는 최고의 서사시이자 이해가 쉽고 즐거운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