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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아시아 제38호 2015.가을 - 하얼빈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계간 ASIA 가을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기획특집으로 '하얼빈2'기사가 실렸다. 여름호에서 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낭만적인 정취로 가득한 하얼빈의 다른 모습을 알렸다면 이번호에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하얼빈을 이야기했다. '조선인'과 '조선족'의 차이가 무엇인지와 관련된 내용으로 시작해서 731부대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까지 펼쳐지는 과정은 결국 우리가 하얼빈을 기억하는 '독립'을 위한 장소였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했다. 뮤지컬 '영웅'이 하얼빈에서 공연했었던 내용은 국내 일간지를 통해 접했었기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지만 중국정부에 의해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나 기념관이 제 뜻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은 가슴이 아팠다. 이어지는 심훈문학대상 수상자 발표기사는 앞서 하얼빈 기사의 맥락을 이었다.
심훈문학대상은 '문학상'보다 '심훈'에 방점을 두는 상이다. 심훈 선생은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 상황에서 시대의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작가의 사명의식을 불태워 동시대 민중에게 희망을 심어준 살아 있는 문학 정신의 한 이정표다. 92쪽
제2회 심훈문학대상자는 '고은'시인이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바로 고은시인일거라고 손꼽는 그가 수상자가 된 까닭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이 번역되어 회자되고 읽히는 등 그야말로 현 시대 우리나라가 그에게 거는 기대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인이 다루는 시어나 주제도 현실과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아픔과 분단의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시인들에게도 귀감이 될거라고 수상이유를 설명했다. 고은시인은 심훈의 '그날이 오면'전문을 남기며 한반도의 명시인 이 작품을 세계의 양심이 지지할 만한 작품이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날이 오면'의 시인 심훈은 나에게는 어느 누구와의 합의 따위도 필요 없이 내가 지향한 바 민족문학의 노선으로서나 그것의 산개 이기도 한 세계문학의 차원으로서나 하나의 원인으로 제공되었는지 모른다. 97쪽
고은시인의 글도 아시아 38호를 기대하게 했지만 내게 좀 더 직접적인 현실은 장강명의 글이었는지도 모른다. [알바생 자르기]는 장강명 소설가에게는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어권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이 있어 간략하게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 세대 갈등, 노동구조 등 한 편의 소설을 통해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노동관련 문제를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가을호의 소시집은 '인도'시인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젊은 시인들의 작품보다 나이든 노시인의 작품을 더 좋아하는데 시인의 국적과 상관없이 인간이 갖게되는 고뇌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공통적으로 노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돔 모라에스의 작품은 '인도'하면 떠오르는 향토적인 느낌보다 학부시절 배웠던 영국의 시와 유사한 감성이었는데 손석주의 [돔 모라에스, 그리고 인도]해설글을 읽고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돔 모라에스의 부모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가톨릭 집안 출신인데다 시인 자신도 힌디어나 다른 인도 현지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인도에서의 삶의 증오까지 느꼈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우리가 영시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E.M.포스터와 T.S.엘리엇과 만나기도 했다니 그의 작품배경과 경향이 인도시보다는 영국시에 가까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점에서는 어쩌면 인도시인이기는 하지만 인도시 특유의 감성이 덜 느껴진다는 점에서 꼭 맞진 않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다. 그렇다고해도 전체적으로 계간 ASIA 가을호를 통해 쉽사리 접할 수 없었던 인도시인의 작품, 베트남 작가의 소설 등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