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성장 전략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사고방식이며, 그 생존 전략으로 제창하고 있는 것이 바로 '소상인'이다. 7쪽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는 히라카와 가쓰미의 3년 전 출간한 작품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해당 타이틀을 얻었다. 원제는 <소상인의 권유>였다. 작품을 집필하던 때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집필방향과 머리말도 전부 바뀌었다고 한다. 대재해라는 것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으로 시간을 염두해야 할 부분임을 알았으면서도 확률의 문제로,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냐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그 일을 겪고 나서 책의 흐름이 바꼈다고 말한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누구나 잘 살수 있게 될거라 믿었던 초반과는 달리 지금 일본, 그리고 한국은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그에 따른 주택문제, 범죄증가 및 출산율 감소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내가 말하는 쇼와 시대 초기의 어른이란 아직 부를 손에 넣지 못한 사람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야상과 젊음을 축적하고 있었다. 당시의 일본사회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 그래서 계급 격차가 적은 아시아의 섬나라에서는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세키카와 나쓰오의 말처럼 누구나 똑같이 가난했기에 밝게 웃을 수 있었다. 98쪽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부를 축적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 사회는 아무도 그렇게 긍정적인 측면에서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있지 않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바뀌게 된 타이틀을 살펴보면 저자가 내리는 소상인은 골목길에서 걷다가 우연하게 맘에 든 상품을 보고 상점으로 들어오면 자신이 직접 준비한 물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 뿐 아니라 한국 정부는 경제부흥을 위한 경제체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경기가 살아야 사회전반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데 저자는 일본의 쇼와시대 30년을 언급한다. 그 시기에는 누구나 다 잘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었던 시대였다. 한국의 경우 1970년 중 후반을 떠올릴 수 있는데 가장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였고 고속도로와 관련 아파트 사업이 활발질 수 있었다. 그 당시 부자가 되었던 사람들이 생겨났지만 지금 시점에서 경제성장을 위해 유사한 정책을 펼친다면 아쉽게도 가난했던 사람이 아니라 이미 부자인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쉽다.

 

불균형한 상태에서도 성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 생활의 희생을 딛고선 선택과 집중은 그 결과로 버블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버블이 얼마나 취약한지, 버블의 반동이 얼마나 비참한지 우리는 그동안 지긋지긋하리만치 보아왔다. 144쪽

 

저자가 주장하는 소상인들의 경제가 자본주의 사회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신용을 바탕으로 하여 큰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 일원이 제 몫을 할 수 있는 고용안정화와 수익이 일정하게 사회 각 일원에게 돌아가면서 생기는 주택난 및 출산율 저하를 어느정도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도입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저자가 원전사고 이후 생각이 달라진 것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은 사회를 안정시킨 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았다. 원전사고는 천재지변이지만 인재이기도 하다. 인재를 막을 수 있는 것 또한 성실함과 정직에 있다. 직접 만들거나 사들여온 제품을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소상인이 바로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사회는 어디까지나 그곳에 살아가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며, 인간이 정말로 필요한 것 또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인간만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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