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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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정도 안정되고 이따금 삶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시련을 만나면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잘 살아왔다고 느꼈던 어제와는 달리 당장 눈앞에 시련에 무너질 때면, '도대체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하며 답을 찾게 되고 그때 찾게 되는 책은 소위 말하는 '심리치유서'일 확률이 높다. 그런 책의 주된 내용은 '너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해주거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거나 혹은 '누구나 다 완벽하진 않다' 라는 식의 내용의 책이다. [그렇다면 정상입니다]도 언뜻봐서는 그런 책들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세상에 다들 정상인 사람들이 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내 맘같지 않고 다들 나를 힘들게 하는가 싶은 못난 마음이 생기지만 우선 묻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 '당신은 정상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머릿속으로 '난 완벽하게 준비가 되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모든 결정을 뒤로 미룹니다. 일종의 정신 승리예요. 막상 중요한 걸 뒤로 미루면 승부가 나지 않으니까. 64쪽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곧바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비정상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유부단 하거나 자기주도적인 면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기 쉬운 사람들이다. 물론 저자는 이들에게 비정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건강과 정상 사이에 있는 사람일 뿐, 비정상과 정상 사이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정상인 사람들이지만 덜 건강한 사람들일 뿐인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실패를 두려워 승부를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남에게 투자하면 그 결과를 두고 비난하거나 칭찬하기가 두렵지 않지만 자신에게 잣대를 들이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 자기 욕심이나 욕망 이런 걸 살짝 비췄다가 되게 부끄러운 일을 경험해봤을 수도 있고요, 뭐 떠올리고 싶지 않거나 밝히지 않으신 몇 개의 기억이 있었을 수도 있어요. 이런 일에는 계기들이 있더라고요. 77쪽

 

 

 

책에 나오는 사례를 접하다보면 한 가지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의 두 경우 뿐 아니라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모습 중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는 경향이 있다. 저자가 우려했던 것 중 하나가 심리학 책을 너무 많이 봐서 자신의 상황을 끼워맞춰가며 점점 더 고립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아 내가 어렸을 때 그랬겠구나, 또 다른 책을 읽고 나면 내가 그 때 그렇게 되서 지금 이꼴이구나 하며 더 큰 자책감을 가지게 된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알아서 뭐하겠냐는 거야 지금. 왜냐하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어요. 어떤 집안이건. 그 얘기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29쪽

 


우리는 분명 과거에 어느 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그때마다 반성이 아니라 곱씹어가며 나는 비정상이라고 확대해석 해서는 안된다. 다른 저자들의 경우 해외 사례나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치료를 이상하게 보는 경향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마치 이전에 읽었던 책은 정말 내가 비정상이고 심리치료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게 된 원인을 짐작해보고 추리해가면서 덜 건강할 뿐 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물론 진짜 비정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해준다. 하지만 정말 비정상인 사람은 초반에 알려준 것 처럼 본인 스스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혹 내가 비정상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사람이 이 책을 펼쳤다면 일단 정상일 확률이 높거나 건강한 정신을 되찾을 확률이 높다. 두껍지도 않고 실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편안한 필체로 부담갖지 말고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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