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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5월 런던에 갔을 때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인
소설이 있었다. 한국에 가면 번역서를 찾아봐야지 하고 메모했지만 국내에는 번역서가 없어 원서를 사가지고 올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는데 그 책이
바로 [걸 온 더 트레인]이었다. 영문판과 동일한 표지라서 마치 원서를 읽는 듯한 느낌마저 주는 이 책의 내용은 알콜릭에 걸린 여성과 그녀의
전남편과 관련된 살인사건을 다뤘다. 이야기의 중심은 불임으로 술에 의존하게 된 뒤 이혼당하고 실직한 레이첼, 레이첼의 전남편인 톰의 새 아내인
애나 그리고 레이첼이 매일 아침 유스턴으로 향하는 전철에서 쳐다보게 매건 이렇게 세 여성의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알콜릭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단기기억상실이 어떤 증세인지 잘 몰랐는데 책을 읽다보니 별별 사건이 다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흠칫했다. 술을 먹고 가정폭력을
일으키는 남자들이나 거리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경우는 간혹 신문을 통해 접했지만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사례분석을 과제로 수행했을 때도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 레이첼의 행동이나 눈앞에 닥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레이첼의 행동이 의심스러웠고 애나와 매건의 일기를 통해 나중에 레이첼이 했던 이야기가 전부 거짓말로 드러나는 식인가 싶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점은 매건이 남편 스콧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과거'가 무엇인지를 추적하는 것도 있었고 매건이 남편 몰래 만나는 '그'가
누구인가, 내가 짐작하는 그사람이 맞느냐를 두고도 긴장감을 더했다. 스릴러를 많이 접한 사람이라면 초반에 이미 매건이 만나온 사람이 누구인지,
그 날 사건이 무엇이었을지 어렴풋하게 추리할 수 있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과연 결말이 어떻게 될 지는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없다.
이 책이 재미있는 또 다른 이유는 범인이 누구인지, 세 여성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레이첼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추적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허울속에 상대방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연약한 인물들을 지켜보는 것도 있었다. 영화까지 상영되었던 [화차], [백야행]만 보더라도 지금 내 앞에 놓인 사람을 보며 그 모습이 전부라고
착각하는 연인들이 등장한다. 물론 일반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는 분명 아니지만 그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분명 누구나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람의 일부만
바라보고, 사랑이라는 막에 가려진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것이 사실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보다 빨리 드러나서 아쉽긴 했지만 그 모든
것을 알게 되어도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아마 이거 말고도 많을 것이다. 결말을 다 드러내놓고 평을 쓴다면 훨씬 더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해가 바뀐 뒤 다시 리뷰를 써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