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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ㅣ 문득, 묻다 1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어릴 때 호기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질문'한 기억은 거의 없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그냥 참거나 거실 책장에 세트로 꽂혀진 백과사전 등을 펼쳐보면 '정답'이 아닌 '정답이겠거니'싶은 답들을 그때부터 직접 찾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알고 싶지만 그 답을 쫓기가 쉽지 않았던 질문들을 모아놓은 책은 우선 눈길이 가고 만다. 애초에 1년 분량을 예상하고 기획했던 라디오 방송 코너 [문득, 묻다]가 5년이 지나도록 유지되고 있는 것이 청취자들 덕분일거란 저자의 겸손에 크게 고개를 흔들어 본다.
첫 질문은 김춘수 시인의 [꽃]에 등장하는 그 꽃이 어떤 꽃이냐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까지 작품속에 그 꽃이 나와있다고 믿었다. 다시 전문을 읽어봐도 그 꽃에 대한 답이 없다. 저자가 찾아준 답변은 '동백' 꽃이자 시인 김춘수가 어감이 좋아 동백대신 불렀다던 '산다화'였다. 내가 듣기에도 동백꽃 보다는 산다화가 훨씬 어감이 좋았다. 이렇게 또 하나 얕은 지식을 쌓았다. 이후에 등장하는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꽃이 실은 생강나무라는 것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이라 부르게 된 배경을 알게 되어 겨우 4페이지를 읽었을 뿐 인데 새롭게 안 내용이 벌써 3가지나 되었다. 이후에 등장하는 모란 꽃은 과연 향기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쫓으면서 몰랐던 역사의 진실을 알게되는 등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연쇄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져 일단 책을 펼치게 되면 쉽사리 놓기 어려워진다. 음식편에서는 외롭고 우울하면 왜 더 많이 먹게 되는지에 대한 답이 나와있다. 다이어트를 평생의 숙제와 과제로 안고 살아가는 여성, 혹은 다이어터들이라면 이 질문을 재미삼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부신피질에서는 스트레스를 무디게 하기 위해 코르티솔을 생산하고 ,코르티솔은 신경펩티드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도록 만듭니다. (중략) 그러니 어떻게 설탕과 지방, 탄수화물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음식은 '사랑'인데 말이지요. 115쪽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몇 년 전 봤던 외화중에 실연을 당한 언니에게 동생이 했던 조언은 일단 도너츠 가게에 가서 도넛 한개가 아니라 한 박스를 사서 차안에서 다 먹어야 한다 였다. 그때는 과학적 지식이나 원리가 아니라 그저 본능처럼 집어들게 되는 '단 것'의 공감대가 형성대 맞어맞어 하며 봤었는데 이런 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우울해졌다. 결국 우리는 큰 슬픔과 좌절에 빠져있을 때 본능처럼 끌어당기는 그 단 맛을 다이어트와 건강유지라는 명목하에 이겨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세 번째 말과 관련된 질문중에서는 '도리도리 까꿍은 무슨 뜻일까?'에 대한 답을 이야기 하고 싶다. 어디서 어떻게 들었는지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도리도리 할 때 도리가 일본어 '새'를 말하는 것으로 일제 시대의 잔재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다. '잼잼'이 아니고 '죔죔'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 질문에 대한 해답도 함께 알아볼 수 있는데 이것이 모두 <단동치기십계훈>, 줄여서 단동십훈이라 불리는 육아법에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일본도 아니고, 단순 의성어나 의태어도 아닌 전통있는 육아법이라는 사실에 자부심까지 느껴졌다. '천지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겼으니 너도 하늘의 도리에 따라 생겼음을 깨달으라'라는 아주 이로운 뜻으로 아이를 달래거나 봐줄일이 있다면 기억해뒀다가 주변사람에게 넌지시 알은 체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사람, 그는 삶에 통달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 심지어 이 세상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은 불안합니다. 침묵과는 다른 의미의 경고등입니다. 5쪽
아이가 성장하면서 '왜'하고 집요하게 제 부모를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친절하게 답변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나처럼 정답일 것 같은 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치는 것도 한글을 깨우치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누군가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이미 알고 있거나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물음을 던질 때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책에 나와있는 질문을 감히 누구에게 물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문득 묻고 싶은 그런 질문에 답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곁에 없기에 내가 이 책과 같은 사람이 되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