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의 기술 사전 - 삶을 예술로 만드는 일상의 철학
안드레아스 브레너 & 외르크 치르파스 지음, 김희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삶의 기술 사전]은 무엇보다도 삶의 속도를 늦춰보자는 뜻에서 기획되었다. -머리말-
산다는 것에 대해 기술이 있다면 누구라도 배우고 싶을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인증서가 있다면 취득하길 바랄테고, 수료증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들만한데 안타깝게도 그 '모두'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이 인정하는 존경받는 성인의 말이라면 기술까지는 어려워도 참고사항, 지침서 정도로 우리에게 많이 퍼져있다. 기본적인 행동양식, 욕심내지 말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에 쓰여진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말들은 물론 옳지만 기술이라기 보다는 '도덕'에 가까웠다. 천천히 인생을 즐기면서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얘기가 달라진다.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면서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 이것이 삶의 기술이라면 부담없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막상 본문을 읽다보니 학교에서 혹은 사회에서 그리고 책에서 자주 만났던 철학자, 이론은 물론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들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등장한다. 역자의 주석 덕분에 한 사람 한사람 사전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간략하게 철학자의 핵심논리까지 기재해준 덕분에 원문자체로는 이해되지 않는 문장도 이해하기 쉬웠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 책을 통해 꼭 개인적으로 크게 각인된 삶의 기술은 다음과 같다.
얼마전 서평 책까지 출간한 배우 '이보영'씨가 TV프로에 나와 오랜 연애끝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까닭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깊이 공감하는 내용이고 아직 미혼 남녀라면 그 어떤 조언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삶의 기술 사전에서도 '고독'에 대해, 바로 홀로된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홀로 방안에 조용히 머무를 수 없다는 데서 인간의 모든 불행이 비롯되었다고 본 몽테뉴와 파스칼의 생각은 옳다.' 44쪽 고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는 까닭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책에서는 하느님만 보더라도 세상에 신보다 더 고독한 존재는 없으며 신은 인간이 가장 존경하고 찬미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혼자있을 때 고독을 즐기지 못하고 어떻게해서든 타인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하다보면 상대방의 잘못을 눈감아주거나 악의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에 이르기 쉽다. 반면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이들은 타인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된다.
'권리'에 대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데 도저히 입에 담기도 흉칙한 범죄가 자주 곳곳에서 일어나는 요즘 신문기사 댓글에는 하나같이 '사형'제도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인권위에서 반대하는 것은 피의자의 권리만 있고 피해자의 권리는 무시한 처사라는 말도 함께 나온다. 도대체 권리란 것이 무엇인가. 권리란 법률로 지정된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도덕적 권리에 있어 법조문으로 존중해야 된다고 하지만 과연 피의자의 권리도 이에 해당되느냐가 핵심이 될 것 같다. 윤리에 어긋난 그들에게도 지켜지는 권리가 어째써 정작 피해자에게는 없는지 이부분은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권리침해현장을 고발해야 할 의무도 함께 가져야 한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부분은 맨 첫 질문 '감각은 악마의 간계일까'에서도 언급되는 부분으로 사회부적응자나 폭력적인 사람을 공공장소에서 만날 때 우리는 어떻게든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다시말하자면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는 의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누군가가 나 대신에 권리를 침해받더라도 모른척 지나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처럼 책에서 나오는 질문과 서술들은 결코 개별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는다.
책의 내용은 어려운 단어가 거의 없고, 앞서 말한것처럼 낯선 인물과 이론들은 역자의 도움으로 읽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한 사람의 철학자와 단 하나의 이론을 연결할 수 있었다면 이제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것도 깨닫게되었다. 돈을 주고서라도 시간을 사는 요즘, 저자는 이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도 여유있게 사는 방법이라며 정작 저자는 에필로그를 적지 않았지만 친절한 역자의 말을 통해 이 책을 다음의 문장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보기 드물게 잘 차려진 철학의 성찬이다. 고금을 아울러 철학자들의 다양한 가르침을 담으면서, 의미 찾기라는 철학의 본질에 일관되게 충실한 역작이다. 5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