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 도시 남녀의 365일 자급자족 로컬푸드 도전기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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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 반경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음식만 먹고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부산까지는 무리고 전주 정도가 약 160km, 즉 100마일이다. 그렇게 따져보니 소금은 물론 거의 대부분 수입해서 먹는 설탕과 소금은 없어도 되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될 '후추'까지 포기해야만 한다. 제임스가 처음 제안할 때 앨리사가 왜 곧바로 동의하지 못했는지 이해되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제임스의 제안에 말려버린 착한 앨리사지만 나였다면 절대 반대, 무조건 안된다고 소리높였을것이다. 세상에 밀가루 없이 어떻게 6개월을 버텼을까? 그러다가도 감자로 샌드위치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손을 가진 남자가 함께 한다면, 그것도 요리는 무조건 남자의 몫이라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리뷰를 적는데 왜이렇게 중심을 못잡냐고 묻는다면 이 책 자체가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부분에서는 나도 해볼란다 로컬푸드! 했다가 또 페이지 몇장 넘겨 그들의 고난을 읽노라면 결코 할 수 없다 로컬푸드!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역자의 추천글을 유심히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이 출간된지 10년이나 지났으면서도 한국에 번역되어 나왔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이 책은 로컬푸드를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의 먹거리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자 앨리사와 제임스라는 두 남녀를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었다.

 

현대도시에 살면서 이런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내가 미소 짓는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토요일 아침, 나는 독수리 한 마리를 보았고, 자전거에 신선한 채소 한 보따리를 실은 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106쪽

 

로컬푸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정말 간단했다. 외딴 곳에서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 양배추 한덩어리 밖에 없었다. 주변 강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고 밭에 나가 채소를 거둬들이고 과수원에가서 과일을 가져와 샐러드와 디저트를 만들어 먹은 한끼의 식사가 제임스에게 '로컬푸드'로 풍성한 식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소금이나 설탕 등의 재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터라 막상 로컬푸드를 선언하고 난 뒤 고생이 시작된다.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함께 시작되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연구발표에 의하면 우리가 식탁에 올리는 먹기리는 평균 250마일 떨어진 곳에서 옮겨지는 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주변에서 나는 식재료로 먹는 것이 운송비도 들지 않고 싱싱하게 먹을 수 있는데 왜 그 먼곳에서부터 식재료를 공급받는 것일까? 그것은 값싼 노동력을 포함 운송비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저렴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국내 시장만 가봐도 중국산과 국산의 가격차를 봐도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책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유기농'이라 할지라도 100마일 넘어에서 들여온 식재료가 많다는 것이었다. 로컬푸드로 1년 살아보기를 선언하기 이전에도 제임스와 앨리사는 유기농 식재료를 선호하는 편이었고 유기농이란 단어가 로컬푸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재배방식의 차이일 뿐 결국 멀리서 넘어오기는 마찬가지다.

 

도시에서는 수백 개의 브랜드가 강렬한 광고를 동원해 경쟁하고, 새로 등장한 체인점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싸게 파는 전략을 구사해 소비자들이 기존 업체와 관계를 끊도록 유도했다.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83쪽

 

이렇게만 보면 로컬푸드로만 식단을 구성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 것 같고 실제 초반에는 꽤 많은 돈을 들여 한끼 식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고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되는 밀을 찾아내면서 보통때와 비슷한 비용으로 식탁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현명한 이 커플은 예외사항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 친화를 목적으로 한 모임에 참가하는 경우라던가, 여행을 떠났을 때는 여행지를 기준으로 100마일 로컬푸드를 먹으면 되고 앞서 언급한 모임이 중식당에서 개최되면 해당 요리를 먹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본문 뒤에 Q&A를 통해 궁금했던 사항이 상세하게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중간중간 로컬푸드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일러스트와 함께 실려있어 그림이나 레시피를 다 읽은 뒤 혹은 읽기전 훑어보거나 표시해두고 나중에 레시피북으로 활용해도 된다. 로컬푸드를 제철에 다량으로 구입하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저장방식등도 나오는데 실패담은 꼭 참고해야 한다. 무턱대고 많이 사들였다간 앨리사의 옷장처럼 옷대신 식재료가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심지어 상해서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놨지만 솔직히 앨리사와 제임스의 지인들이 벌이는 헤프닝도 만만치 않게 재미있고 앨리사네 가정과 제임스네 이야기만 읽어도 부족함이 없다. 요리를 좋아한다고 믿었던 할머니가 알고보니 그다지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던가 유년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과일을 따러다니는 추억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저 평범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화나 소설속에 등장하는 유년기를 경험하거나 제임스처럼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는 언제나 매력적이지만 난관에 매달려 구애를 펼치거나 정말 좋아하는 구두랍시고 낡은 줄도 모르는 엉뚱한 남자를 사랑해주는 여자도 충분히 멋져보였다. 지인들과 연구논문과 로컬푸드 도전기와 가족이야기가 끊임없이 제임스와 앨리사를 오가며 등장하기 때문에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가볍게 펼쳤다가 중간즘에는 메모하고 다시 펼쳐보는 재미를 주는 100마일 다이어트! 동참할지 말지는 나중문제니 로컬푸드를 실천할 생각이 없다며 읽지도 않는다면, 진정한의미의 '식사'를 놓치는 셈이다.

 

유리잔에 천국을 담을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미네소타였다. 그렇다면 벤쿠버는? 반쯤 열린 껍데기에 담긴 생굴과 화이트와인 한잔. 이런 사치가 없다면 삶은 음울할 것이며, 그것들을 제 땅에서 제철에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보물창고처럼 경험하는 방법일 것이다.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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