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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분 PLUM BOON 2015 - Vol.1, 창간호
RHK타이완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타이완문화콘텐츠연구소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꽃보다 할배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대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잡지 플럼분 창간호.
여행은 서로 다른 문화를 접하거나 함께 여행하는 집단과 유대관계를 맺음으로써 고전적인 '통과의례'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19쪽
먹거리가 많고 볼거리가 많은 대만은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물론 수교를 맺었던 과거가 있고 대만 현지 대학에서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역사적인 특성을 볼 때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아픈 역사가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작은 중국 정도로만 여겨져 있으며 대만 현지에서는 한류열풍이 불기는 해도 여전히 반한감정도 깊다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한다. (타이완의 정식 국호 또한 대만 혹은 타이완이 아닌 '중화민국'이나 통상적으로 대만 혹은 타이완으로 알려져 있다.)단순히 대만여행지의 가이드북의 역할을 넘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와 문화를 전달해주는 플럼분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인이 대만에 거주하게 된 배경이라던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당시 건너가 살았던 한인들의 직업 분포도 등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고서는 접할 수 없었던 중요한 내용들이 잡지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편소설까지 실려 있는데 창간호에 실린 작품은 조우펀링의 '화동부호' 전편이었다. 소설의 내용은 그야말로 대만의 근현대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2.28 사건(디아오위다오 보호운동 관련)을 배경으로 문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뿌리찾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소설내용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역자가 피력한 것처럼 한국의 한일협정 반대운동과 유사점을 비교하며 읽는 학술적인 재미도 충분했다. 소설을 다 읽고나면 특별대담 코너, 저자 조우펀링과 천팡밍의 대담이 실려있는데 앞서 읽었던 소설과 관련하여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도 준비되어 있어 좋았다.
타이완 여행기도 잡지에서 빠질 수 없는 데 이번호에서 다룬 내용은 '101빌딩 불꽃 축제'다. 내용을 떠나 해당 부분은 너무 아쉬웠던게 불꽃 축제지만 실린 사진들이 모두 흑백이라 전혀 여행의 감흥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페이지는 컬러화보가 불필요하다고 해도 여행지의 생생함을 흑백으로만 접하는 것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다. 아쉬운 점이 이외에도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교통카드 관련 부분으로 유효기간이 이미 잡지가 발행된 시점을 전, 후 마감되었거나 한달 이내 마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잡지를 보고 여행정보를 얻었다고 보기 어려웠다.
타이완의 한국어 교육을 다룬 기사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고 유익했던 부분이다. 현지에서 한국어 교수로 재직중인 박병선교수의 컬럼은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이거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단비같은 내용이었다. 교수는 대만에 한국어 교사가 많지 않은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한국학 전공자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이어진 내용은 24시간 운영하는 매장을 가지고 있는 천핑서점의 이야기였다. 모든 매장이 24시간이 아니라는 점은 미리 알아두고 가야하는데 대다수 매장이 모두 밤 12시 전후로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 진열된 책 대부분 샘플 도서가 있어 그자리에서 책을 읽기 좋고 4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라도 편하게 책을 대할 수 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이런좋은 점들은 나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기에 여러가지 굵직한 상들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운영자 마인드 자체가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할 만큼 열려있으며 무엇보다 매출이 매해 증가한다는 사실도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책 자체의 매출은 40%정도고 그외에 문구류나 기프트류에서 이윤을 남긴다고는 해도 작은 서점을 비롯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문을 다는 현실을 따져보면 본받을만한 점이다.
이 외에도 대만하면 떠오르는 야시장, 야시장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대만 영화와 연극 등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반드시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 뿐 아니라 대만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그리고 폭넓게 알고 싶은 사람, 어려운 논문이나 학술서보다 편안하게 접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