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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마음의 힘 - 강상중 지음

마음이라는 말 보다 사전에도 없다는 '진정성'이 더 자주 들리는 요즘, 마음이 뭘까, 도대체 마음의 힘이 뭔지 궁금했다. 마음 그 자체에는 긍정적인 의미도, 부정적인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혹은 이해해왔던 '마음'은 그저 '본심'에 가까웠다. 강상중 교수님의 소설 '마음'은 내게 '도끼'와 같은 책이었다. 얼어붙었던 마음,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웃해야하는지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깨뜨려주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시작으로 전작들을 찾아보고 출판사에서 1시간이 채 안되는 짧은 강연 CD(작품 [살아가는 힘]부록)를 보고 신간을 기다려왔다. 소설 '마음'이 일부를 깨뜨렸다면 뭔가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소설 마음이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오마주로 쓴 책이라면 신간 [마음의 힘]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두 작품의 [ 그 후]를 창작하고 부연 설명을 곁들인 책이다. 나처럼 전작 소설만으로는 부족했던 이들이라면 읽으면서 교수님의 의도와 그 마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힘'이 되는지를 알게 해준 작품이다. 두 소설 모두 100여년 전 1차세계대전 시대의 이야기다. 그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택한 것은 그 때와 지금 현재의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껴서라고 말한다. 다름아닌 마음이 쇠락하고 상실되는 때인 것이다. 나쓰메소세키의 작품속 화자인 '나'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딱히 '꿈'이라던가 '열정'은 갖고 있지 않다. 학교 교육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고 졸업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하게 만난 '선생'에게 매력을 느낀다. 진짜 선생도 아니고 선생이라고 부를만한 직업도 없지만 분명 그에게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우지 못한 것들을 배우고 있고 그렇게 밖에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생'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점점 더 그의 과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를 다녔으면서도 직업을 갖지 않고 삶의 의욕 없이 살게 된 까닭을 알려달라며 조른다. 선생은 그에게 진지한 사람이냐고, 믿어도 되겠냐고 확답을 받고 '나'가 위독한 아버지를 보러 고향집에 간 사이 유서와 같은 편지를 보내고 자살한다. 원작 소설은 그 편지를 읽으면서 끝이난다. 또 다른 소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한스'라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나'처럼 뚜렷한 목적이나 꿈이 없는 사람이다. 결핵으로 요양중인 사촌 병문안을 간 곳에서 자신의 병을 알게되고 7년간 요양하며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에게 '선생'이 있다면 '한스'에게는 '요양원 친구들'이 있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 두 사람을 비교하며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의 힘'을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 두사람이 우연찮게 일본에서 해후하는 내용을 담은 [그 후]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각자 1차세계대전과 벗들을 상실하면서 얻어진 공허함을 견디며 여전히 '살아'있을 수 있었던 까닭이 바로 마음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마음의 힘은 특별한게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느껴졌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평범은 보통보다 조금 못한, 특출나지 못하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어느것을 해도 나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다시말해 삶은 계속해서 시련이 다가오고 그 상황도 제각각인데 요즘 우리사회는 오로지 한 가지 대안만이 정답이라고 강요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비난하고 스스로 그 고통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진짜 평범한 이들은 다양한 어려움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힘'으로 잘 적응하며 자신만의 길을 터득할 수 있기에 버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일정시간 현실에서 떨어져서 살아갈 수 있는 '시기 혹은 장소'가 필요하며 그런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상대는 '선생'이 될 수도 있고 요양원에서 만난 '환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가려고 하는 의지 역시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참고문헌과 역자의 말을 제외하면 2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을 아껴가며 읽었을만큼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참 중요했다. 읽고서 '마음의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기르고 그 힘을 어떻게 현실에 끌어들여야 하는지 깨달았지만 이것을 읽지 않은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마치 내가 전달자가 된 것처럼-누구도 바라지 않았는데 홀로 고민했다. 부족한 필력을 탓한들 의미없을테니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현재 힘들다면 혹은 당장 내일부터라도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가고자'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 책을 읽고나면 분명 그대도 [살아야하는 이유]와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힘]을 찾아읽을 테고 비로서 '마음의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 구절 :
'위대한 평범'에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면서도
쉽게 '물들지 않는' 것입니다. 140쪽
사람은 생물이기 때문에 죽어 버리면 당연히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그 끝나 버린 인생에 관한 이야기
를 다른 이에게 전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고, 그걸 떠 맡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일이 계속된다면, 죽음 사람의 인생이 그냥 끝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166쪽
진지하기 때문에 고민합니다. 그 속에서 고민하는 힘이 자라납니다. 이 고민하는 힘이야말로 '마음의 힘'
의 원천입니다. 187쪽
추천도서 :
[살아야 하는 이유 / 강상중]
[고민하는 힘 / 강상중 ]
[마음 / 강상중]
[마의 산 / 토마스 만]
[마음 / 나쓰메 소세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