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험난한 여행기보다 한 달 이상 일상의 여유를 갖는 장기 여행에 더 관심이 많은 나지만 요즘 생활이 안정적이어서 그런지 휘몰아칠정도로 모험가득한 여행기가 끌려 읽게 되었다. 그야말로 휘몰아친다. 달리 책 제목이 '지구정보'이 아니었다. 낭만적이고 어디르 어떻게 담아도 엽서 혹은 화보 같은 유럽도 좋지만 사는동안 거의 갈 확률이 적은 인도여행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더 끌렸다. 난 결코 벌레 튀어나오고 제대로 씻을 수도 없고 무조건 저렴한 숙박과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자신도 없고 '젊음'도 없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아이돌처럼 예쁜 얼굴을 가진 저자의 모습은 누구와 있어도 빛이 났다. 그녀가 안아주고 있는 아이도 여행지에서 만난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그녀는 참 예뻤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난 뒤 쉽사리 남을 믿지 못하게 되어 본의아니게 상대를 서운케해도 금새 반성할 줄 아는 마음 고운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럼에도, 여행>의 저자 노경원씨가 떠올랐다. 둘다 20대에 해외여행기록을 책으로 출판했고 넉넉치 못한 와중에도 아르바이트로 가족을 돕고 스스로가 원하는 꿈을 찾아가는 열정도 그러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받은 시련을 탓하고 낙담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가야 할 디딤돌로 삼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책이 정말 술술 읽혀 그 자리에서 끝가지 읽게 만드는 필력도 참 많이 닮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내게 두 사람 모두 돈주고 살 수 없는 열정을 선물해주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세우는 것이 교통과 숙박이었다. 가이드북 또한 서점과 도서관에서 한참을 고르고 골라 챙겨가는 것도 필수였다. 하지만 안시내씨는 가이드북을 직접 만들었다. 사진속 가이드북을 보면서 지인이라면 선물로 달라고 엄청 졸랐을 것 같다. 여행 중 만난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너무도 바보같은 '바부'를 만나 그 친절함에 속태우는 속깊은 시내씨. 여행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여행을 택했다는 점도 나와는 다른 점이었다. 비교하며 위축되고 부러워했다기보다 칭찬해주고 싶고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맘이 컸다. 개나소나 책을 낸다는 요즘,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다는 현실에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 미처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들을 척척해내는 악당도 아니면서 여행기를 정복한 안시내씨의 다음 책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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