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이형순 지음 / 도모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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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살 이유가 없는 남자와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의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이야기 라고 되어있다. 얼핏보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반대인 남녀의 연애사같지만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해석하면 결국 '살고 싶은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유가 많든 적든 결국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반전이라는 것도 존재하는데 이 반전이라는 것이 허를 찌른다기 보다 마치 드라마에서 도저히 해결불가능 하게 해놓고 알고보니 '꿈'이었어 하는 식이라 반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 같다.

어린시절 친부에게 받은 성적인 학대로 아무나와 모텔을 가는 여자 해인과 그런 해인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선재가 등장한다. 상처가 많은 해인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는 깊은 관계를 피하려고 하고 함부로 대해달라고 요구한다. 합창대 소속인 해인은 봉사활동도 많이 다니는데 특히 재소자들앞에서 공연할 때 그들의 '순수'한 환호에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말한다. 외로워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소설자체는 워낙 베테랑 작가다 보니 나무랄데 없지만 작가가 죄와 범죄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고 느꼈다. 외로워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옹호하고 싶지 않다. 누구나 외롭다는 말은 동조하지만 그 말을 동조하는 만큼 외로워서 범죄를 저지르는것은 용납할 수 없다. 피해자 가족의 입장은 어디가서 위로받아야 할까?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속 강동원이 사슴눈망울을 하고 범죄자이지만 다분히 억울한 눈으로 살고 싶다고 애원하는 장면이나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지능이 떨어져도 순수한 '류승룡'의 경우처럼 정말 억울한 범죄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범죄를 두고 외로워서 죄를 짓는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무리 소설이라도 납득되지 않았다. 색정증에 걸린 해인이 자조하는 것처럼 애초에 그녀에게 그런 증세가 있었던 것인지 알길은 없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을 이유로 함부로 사는 내용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이야기. 해인과 선재의 관계와 그 둘사이의 감정이 사랑이었을까? 사랑의 종류가 여럿이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고, 그것도 사랑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보도자료에 적힌 책소개와 부제, 무엇보다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는 작가의 자신감에 기대가 컸던 탓인지 반전을 무기로 독자에게 지금 살아있느냐고 묻는 작가에게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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