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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고 새벽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면, 어둠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새로운 날의 신비와 색채가 어떻게 찾아오는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것이다."
106쪽
책을 읽다가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이할 때면 그 책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내게 얼마만큼의 감명을 주었는지와는 무관하게 벅찬 뿌듯함이 느껴졌다. 지금은 추억속에 사라진 새벽에 아빠와 경쟁하듯 조간신문를 먼저 손에 넣을 때에 기쁨처럼 무언가를 이루지 않은 상태로 새벽을 맞이하는 것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밤을 이겨내고 새로운 날을 맞이했다는 작은 승리감으로 가득했다. 새벽의 인문학은 나처럼 새벽을 뜻을 둔 고대에서 현재까지, 전세계를 아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덕분에 새벽을 의미하는 다양한 언어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전기로 불을 밝히기 전에 어둠은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였을까. 사물을 알아보고 나와 타인을 인지할 수 있는 동이터오르는 시간은 감사와 환희가 충만한 때이다. 짐작에는 새벽에 기도를 올리고 몸을 청결하게 하는 풍습이나 종교적 관습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이 부분은 중간 즘 되서야 등장한다. 이슬람 문화부터 가까운 나라 일본, 멀리갈 것 없이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새벽 기도' 모두 새벽에 이루어진다. 물론 새벽이 긍정적이고 호감을 갖는 시간만을 뜻하진 않는다. 새벽은 엄연히 따져보면 아침과는 다르다. 해를 우상시하고 그 영향력 아래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해가 떠오르기 직전 미명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밤을 견디고 일어나는 과정을 죽음을 견뎌내는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결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매일 밤 죽음과 싸우고 그 죽음을 이겨내는 것이다.
'우리들 중에도 자면서 죽음을 맞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하루가 열리는 대신 모든 날이 닫히는 것이다. 왜 새벽은 이토록 위험할까?' 134쪽
의학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잠자는 동안 혈관의 탄력성이 낮아지고 아침에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잠자던 감각을 일으킬 만한 강한 충격이 필요한 데 몸이 허약하거나 당뇨병 환자에게는 어려운 과정이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먹는다는 말의 근거를 알려준다. 새벽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잠자는 과정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과정이라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잠에서 덜깬 벌레가 잡아먹히기 쉽다는 것이다. 전시중에 새벽에 급습하는 것도 이와 같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렇게 사계속에 녹여진 새벽을 묘사한다. 그 계절 사이사이 모네의 그림과 화풍이 등장하고 저자 개인적인 이야기도 떠다닌다. 그 중 새벽과 가장 닮아있는 계절이 내게 있어선 '겨울'이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 음습한 향과 주변은 겨울의 숲의 정경과 유사하다. 마치 해가 떠오르는 때가 봄과 같다. 역자는 이 책을 처음 옮겼을 때 보다 출판 직전 검토하기 위해 읽었을 때 훨씬 더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었을 때 나또한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