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장샤오위안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쁨을 주는 책. 고양이의 서재.


인터넷 필명은 제다 고양이로 하면서 정작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저자 장샤오위안.

마흔이 되면 고양이를 꼭 길러보겠다며 진즉에 이름까지 지어놓고도 이젠 그 소망마저 사그라들었다는 글의 첫 시작부터 맘에 와닿는다.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자신들이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묻혀져있던 작품을 알려주는 서평집도 좋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책바라기의 글도 참 좋았다. 위에 적은 것처럼 책장을 넘기는 것 자체가 아쉬웠을 정도.


글자크기도 크고 판형자체도 크지 않아 완독이 목적이라면 2시간 이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지만 그 어떤 책보다 오랜시간 붙들고 있었다. 더 읽고 싶지만 참아낸 적도 있고 도록을 모은다거나 취향이 같은 동료를 두었다는 내용을 볼 때면 부러움에 책장 넘기는 손이 떨려왔다. 얼마전 읽었던 책 독학에서 책 살돈이 아까울 정도로 빚을 지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면 잘못된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했을 때 반신반의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유럽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도록 한권 사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국내에서 전시중인 전시회에 방문했을 때도 기념품에 목메곤 했는데 작품 하나하나 코멘트가 달린 도록을 사는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는 문화혁명 당시 청소년기를 맞아 외적인 단절로 오히려 책 읽는 것에 대한 절절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결혼을 양가에서 반대하는 커플일 수록 애정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연유는 맞벌이 하는 부모님께 좋은 성적은 못보여 드려도 적어도 생각 할 줄 아는 아이, 밖에서 겉돌지 않고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아이로 보여지는 게 좋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골라서 사놓은 책을 읽었고 그 책을 다 읽은 후에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몇 안되는 아이 중에 하나가 되었다. 스스로 밥벌이를 하게 되면서 가장 기뻤던 것도 읽고 싶은 책을 망설임없이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였다. 그런 면면이 저자와 혹은 이 책을 만족스럽게 읽을 독자들과 비슷할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까지 떠올리며 기뻐하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자들이 옷을 쇼핑하는 게 내가 책을 사러 서점을 다니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81쪽


또래의 여자들에 비해, 멀리 갈 것 없이 두살 위 언니의 옷장만 열어도 나보다 족히 서너배는 넘는 옷이 있는 걸 봐도 확실히 옷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게 맞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거나 예뻐 보이고 싶은 애인이 없었더라면 단벌이어도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나 부러운 게 많은 저자다. 과학전문서적을 출간 할 만큼 문과 이과를 가리지 않는 그의 영역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다수가 부러워 하는 부분이다. 장하석 교수의 신간을 접할 때 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과학서를 대중이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다. 에세이 쓰기가 일반화된 미국이나 유럽사회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런 경향이 많아 그쪽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이점 덕분일 것이다.


서평을 쓸 때 서평가가 자기 돈을 주고 해당 책을 사야 그 서평이 독립적이고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출판사에서 증정하는 책으로 추천의 글을 쓰거나 평론하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도 한다. 이 생각은 유치하다. 136쪽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출판사나 이벤트로 도서를 받는 사람들은 무조건 호평을 남긴다거나 제대로 읽지 않고 서평을 쓸 것이다, 받기만 하고 정작 책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내 경우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애당초 읽고 싶지 않은  책이라면 받지 않는다. 앞서 예로 들었던 옷으로 보자면 아무리 옷을 좋아한다고 자기 스타일이 아닌 옷을 넙죽 받아오는 여자는 거의 없다. 선물받은 옷이 맘에 안들면 그만큼 피곤하고 안타까운 일이 없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 아무리 공짜라도 애초에 읽고 싶었던 책이 아니라면 욕심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읽고서 정말 맘에 들면 책을 보내준 출판사에 대한 고마움과 좋은 책을 다른 사람들도 사볼 수 있도록 서평쓸 때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맘에 든 책이라면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지난 달 새집으로 이사오면서 그토록 그리던 작지만 알찬 나만의 서재가 생겼다. 그 기쁨을 블로그에도 남겼을 만큼 그 기쁨이 새록새록 돋아나 이 책을 읽는 시간 내내 행복했던 것 같다. 서재가 없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꿈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서재를 원하는가?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읽고 또 읽고 싶은 책들로 가득한 서재에 이 책 만큼은 꽂아두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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