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 - 추억.시간.의미.철학이 담긴 21개의 특별한 삶과 공간
홍상만.주우미.박산하 지음 / 꿈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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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 - 홍상만, 주우미/박산하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쇼핑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돈쓰기. 돈을 쓰면서 이 맛에 내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한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계절이 바뀌거나 먹어서 늘어나는 지방잡힌 뱃살을 보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쌓일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못한다. 돈쓰는 재미와 쓰고나서도 보람까지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것이 바로 행복아닐까? 그런 점에서 책, 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에 소개된 총 4분류로 나뉜 20개의 상점 혹은 돈을 쓰러가는 장소들은 분명 행복을 안겨다 줄 것 처럼 보인다. 특히 요즘 가장 큰 화두이자 과제인 '나누다'와 문화와 세대를 이어주는 '잇다'편에 소개된 곳들을 언급하고 싶다.

먼저 공정여행사 공감만세. 흥청망청 쓰고 싶어 여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럭저럭 쉴만한, 나쁘지 않은 숙박시설과 그곳에 가봤냐고 묻는 질문에 무조건 네 라고 답하려면 이런저런 옵션까지 추가하다보면 호화 여행이 될 수 밖에 없다. 저렴하게 아끼면서 다녀온다고는 해도 그저 더 불편해질 뿐 이지 무언가 남는 여행은 그저 사진과 영수증뿐이다. 공정여행 공세만세세는 현지인들과 여행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잠시 쉬어 가조자 했을 뿐인 나의 휴가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곳을 파괴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섭고 미안한 일이다. 공정 여행을 기획하는 <공감만세>는 누군가의 삶이나 삶의 터전을 파괴하지 않는 여행을 추구한다." -23쪽- 흔히 여름 휴가때 잘 안알려진 자신만의 여행지가 방송이나 책을 통해 알려지면 안타까워하는 이유가 바로 더이상 그곳만의 장점이 장점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대표적인 예로 북촌의 현실을 들려주는데 한옥의 아름다움과 현대화된 조화로움이 매력이었던 그곳이 지나치게 관광지역으로 알려지면서 현지인들이 필요로 하는 슈퍼마켓 조차 사라졌다고 한다. 공감만세의 시선으로 보자면 현지인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안겨준 셈이다. 더불어 현지인들에게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숙소와 시설을 이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여행자도, 혀닞인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여행을 기획한다니 행복이 어찌 따라오지 않을까. 두번째로 행복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북카페 <꿈꾸는타자기>다. 이곳은 제공하는 식음료도 핸드메이드로 운영자의 동생이 암으로 고생할 때 깨달은바가 있어 화학첨가물의 위험을 잘 알기에 이런 운영방침을 지켜가고 있다고 한다. 반드시 몸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직접 만든 잼이나 차가 훨씬 좋을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단순히 책만 많은 카페가 아니라 누구나 책을 쓰고 싶어하는 바람을 잘 알기에 노트북과 같은 글쓰는 도구를 무상 대여해주는 것과 진열된 책마저 대출을 해주는 동네 작은 도서관 역할까지 하고 있다. 게다가 리필음료값, 대출연체료 등 부수익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용하고 있다니 행복 뿐 아니라 내가 리필한 그 커피한잔이 보람까지 안겨다 준다. 이렇게 착한 운영자의 바람은 소박하면서도 원대하다. "그의 가장 가까운 꿈은 꾸준히 카페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그 다음은 카페 안에 쌓아 둔 책을 모두 읽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다. 바라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면, 카페에서 <해리포터>시리즈를 써 성공한 조앤 K. 롤링 같은 훌륭한 작가가 <꿈꾸는 타자기>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44쪽- 그런 작가가 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세번째로 소개된 곳은 정장공유서비스 열린옷장 이다. 광고회사 디렉터였던 김소령 공동대표가 희망제작소에서 운영한 소셜디자이너 스쿨을 통해 냈던 아이디어로 공모전에도 들고 그의 인생전환점까지 맞이했다. 한 두번밖에 입지않는 정장을 대여할 뿐 아니라 정장마다 응원메세지까지 담겨 있어 취업준비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면접 때 별도의 옷을 마련 해 본 적이 없어 깊게 공감은 못하지만 간혹 커뮤니티에서 입고 갈 옷이 없다는 취준생들의 탄식을 보니 그들에게는 정말 좋은 소셜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기증을 통해 운영된다는 점은 나눔이 반드시 금전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시도였다. 네번째 행복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커피전문점 <프롬나느>다. 처음 몇 페이지만 읽었을 때는 커피가 맛있고 직원들의 복지가 좋은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고수하는 커피전문점이 생각나지 않아 놀라웠다. 커피맛 좋은 곳은 의례 비싼 원두와 그에 걸맞는 비싼 가격 뿐이지 직원들의 끊임없는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경영주도, 더 좋은 기술로 제공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진 바리스타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기본이 어렵다는 것이 새삼 깨닫는다. "그러므로 <프롬나드>에는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사람과 맛 좋은 커피를 누릴 권리가 있는 사람, 두 종류의 사람뿐이다. 맛 좋은 커피를 위해 셔터를 내리고 실험하는 바리스타들과, 그들의 미래가 곧 오늘의 커피 맛이라고 믿는 <프롬나느>이기에 나는 매일 그곳으로 숨어 든다." -69쪽- 다섯번째 '그'곳은 카쉐어링 기업 <쏘카>. 나도 차가 없는 뚜벅이 신세지만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크게 불만을 가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어쩌다 차를 가지고 나온 지인들과 함께 할 때 주차난을 경험할 때면 차 없는 내 신세가 오히려 훨씬 괜찮다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정말 필요로 하는 몇 몇 의 순간이 오면 그때만큼 고물차 한대가 그릴 울 때도 없다. <쏘카>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즘 티비에서 모 기업의 유사서비스 광고를 보게 되는데 이런 경쟁업체의 위험에도 오히려 자기의 갈길을 꾸준히 가면 된다고 말하는 이 베짱좋은 사람들이 정말 멋져 보였다. "<쏘카>는 인터넷이나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회원 가입을 한 후 이용할 수 있다. -중략- 택시보다 훨씬 싼 데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여러모로 경제적이었다."-73쪽-이 회사가 돋보이는 것은 서비스보다 직장 문화가 보통 회사와 다르다는 점이다. 직급이 없을 뿐 아니라 서로 닉네임을 부르며 직원 스스로가 행복해야 행복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직장문화가 마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퍼져나간 듯 차를 사용하고 난 후 다음 이용자를 위해 세차를 하거나 기름까지 가득 채워놓는 훈훈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섯번째 만날 곳은 <한수풀해녀학교>다. 몇 해 전에 방송을 통해 해녀들의 삶과 수중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특별한 기구나 도구 없이 거의 맨몸에 가깝게 물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위대하면서도 안타까웠다. <한수풀해녀학교>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유일한 해녀학교다. 해외에서까지 해녀교육을 받으러 오는 교육생들을 보면서 선배이나 스승이 된 해녀들은 뿌듯하면서도 교육자가 된 것에 설레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물질이라 폄하하기도 했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잘 된 일이었다. 제주도의 지원으로 교육비 및 장비까지 무료로 대여해주기 때문에 배우려는 의지와 시간만 있으면 가능하기에 입학 경쟁률이 10:1이므로 뜻이 있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어지는 곳은 고려인 야학 <너머>이다. 한창 산업화로 공장의 노동자들이 늘어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일터로 나와야 했던 부모님 세대의 청소년들은 야학을 통해 공부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일하느라 배우지 못하는게 아니라 아에 소외되어 민족과 떨어진 사람들이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자국 동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고려인들의 한국 정착을 돕기위해 야학을 개설한 김대표의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깨닫게 했다. "고려인에게는 우리나라 국적도 주지 않으면서, 동포라는 이유로 다문화 정책이나 외국인 노동자 정책에서도 제외시켜 복지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어요.-중략-하지만 독일은 자국으로 돌아오면 국적 취득이 가능해요. 정착에 필요한 경제적, 정책적 지원을 하구요." -205쪽- 나라를 위해 애쓴 고려인들을 잊은 사람이 김대표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실천하는 것은 김대표를 포함 많지가 않다. 이 책과 그리고 이 리뷰가 그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어울리다편에 소개된 곳과 고집하다 편의 경우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공감이 안된다기 보다는 애초에 책의 출발이 '줄 서는 곳'이었다는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줄을 선다는 것이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나누거나 타인과 나를 잇는 다는 점에 주목해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응원을 하고 싶었던 곳들도 많았다고 한 만큼 독자마다 더 애착이 가는 장소들과 꼭 방문해 보고 싶은 장소가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곳이 어디가 될 지는 일단 책을 읽어야 가능하므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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