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집 - 집을 헐어버리려는 건설감독관과 집을 지키려는 노부인의 아름다운 우정
필립 레먼.배리 마틴 지음, 김정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배리마틴& 필립레먼 '나의 삶 나의 집'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된 100세할아버지의 모험담을 담은 소설은 불가능할 것 만 같은 역사속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한 남자에 의해, 또 그남자가 100세 노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 책, 나의 삶 나의 집의 등장하는 여든넘은 이디스 역시 그 할아버지의 삶과 비교했을 때 드라마틱한 부분만 놓고 보면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인데다 심지어 실화이기에 훨씬 더 흥미롭지만 정작 이 책의 메인 홍보는 노인의 모험담이라던가 누군가의 드라마틱한 삶에 기대기 보다는 애니메이션 'UP'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흥미위주 혹은 자기개발서식의 내용은 물론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전이자 집의 중요성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나이가 들었어도 지키고 싶은 누군가와 그 무엇을 지켜가는 것 등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까지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명인 배리 마틴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배리와 이디스와의 만남은 쉽게 생각해봐도 도무지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관계이다. 쇼핑몰을 지으려는 건설사의 현장담당자와 끝까지 버티고 자신의 집만 남은 상황에서 백만달러를 주고 심지어 그 이상의 보상도 해준다는데 이디스는 이야기를 듣는 척 하다가도 버럭 소리를 지르는 누가봐도 꼬장꼬장한 늙은이의 모습이다. 배리에게도 처음부터 친절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명인지지 아니면 배리의 인성이 보통의 사람보다 더 낙천적이고 어느 한편으로는 시크해서 인지 소리를 지리는 이디스를 미워하기 보다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않도록 한발짝 물러서며 나이든 사람과 친분을 쌓는 법을 배워간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디스와 막 교제가 시작될 무렵 배리의 부친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면서 배리는 이디스를 통해,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양쪽 모두를 그리고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괴팍하게만 보이는 이디스 할머니에게는 앞서 서문에 언급한 것처럼 100세 노인과 마찬가지로 믿기 힘든 놀라운 이력을 가지고 있어 그것이 흥미로웠을 수도 있다. 심지어 초반에 배리는 이디스의 그런 이력을 반신반의 하며 증거를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깨닫게 되는 것은 이디스의 이력이 사실여부를 떠나 그녀가 알고 있는 것, 온몸에서 그리고 행동과 말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보통의 사람에서는 느낄 수 없다라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된 것처럼 그녀와 있을 때 이것저것 지식과 교양을 배워가고 나이들어가면서 늘어나는 아집과 불만이 스스로 할 수 있었던 것을 할 수 없게 되는 시련과 상처에 의한 것임을 깨닫게 되는 등 배리가 깨닫게 되는 부분이 늘어감에 따라 독자도 덩달아 자신의 부모와 나이든 사람들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다들 내가 이사 가기를 바라고 그게 나한테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나한테 필요한 게 뭔지는 내가 잘 알아. 난 여기서 죽어야 해. 여기가 내 집이야. 난 여기서 살고, 여기서 죽고 싶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책을 읽는 동안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계속 떠올랐다. 아직 일흔도 안되셨지만 분명 아이들의 눈에 우리의 부모도 '노인'이 되셨고 마치 내가 건설업자가 된 것 처럼 시골집 주변에 사람도 많지 않고 엄마가 살림하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근처 아파트로 옮기시라는 말을 여러번 했었던터라 더더욱 그랬다. 이디스의 말처럼 그저 자기가 살던 그집에서 그렇게 별일 없이 살다가 죽고 싶다는 것이 어디가 잘못된 걸까. 배리처럼 난 왜 이 당연한 주장, 주장이랄 것도 없는 것을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강요했을까 자기반성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디스의 이력을 하나씩 알게 되는 것, 배리와 이디스의 관계가 점차 호전되는 것을 볼 때면 마치 그 곁에 내가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하지만 배리가 이디스의 삶에 들어오면 올 수록 그만큼 이디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지고 있음을 알기에 씁쓸했다. 더불어 이 모든 일들의 배경이자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집'의 소중함을 거듭 느낄 수 있었다. 연말 그리고 전세난으로 힘겨운 요즘, 이 책을 읽고 누군가는 자신의 부모님을, 집이 없는 것에 대한 설움 혹은 나이와 상관없이 타인과의 교제로 힘겨운 이들에게는 흥미로우면서도 '실화'라는 믿을만한 조언집이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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