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도넛
배정진 엮음, 트래비스 파인 원작 / 열림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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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저는 언제나 해피엔딩이 좋아요."

 

소설이 원작이 아닌 영화가 먼저 개봉한 작품 '초콜렛 도넛'. 포스터 혹은 책 표지만 봐도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가 정상적인 보통의 아이가 아니란 것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이틀은 그런 표지이미지와 반대로 보통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초콜렛 도넛이다. 이혼 후 딸 아이를 자주 만날 수 없고 아버지의 사랑을 줄 수 없었던 것이 마음 아팠던 트래비스 파인 감독의 초콜렛 도넛은 감독이 딸을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을 더한 70년대 실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다운증후군 아이 마르코.

 

이성애자인 줄 알다가 고등학교 럭비시합 중 우연하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된 현직 검사 폴은 이혼 후 우연히 노랫소리에 이끌려 방문 한 바에서 여장을 하고 노래하는 루디를 만나게 된다. 루디는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지만 경제적 여건이 여유롭지 않아 게이바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무대에서 짙은 화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루디의 모습에 폴은 첫 눈에 반했고, 바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댄디한 차림의 폴을 보고 루디도 첫 눈에 반한다. 둘은 서로의 사랑을 바로 확인한 후 약간의 소음은 있었지만 연인들이 초반에 하는 가장 큰 실수, 밀당은 없었다. 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다름아닌  '마르코'였다. 아마도 그 둘이 실존인물이었다면 '문제'라고 표현한 내가 맘에 들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장애아 마르코는 문제가 아닌 축복이자 행운이었다. 루디 옆집에 사는 마리아나는 마약중독인데다 마르코를 제대로 돌보지않았다. 마약범으로 체포된 이후 아동보호국에서 마르코를 위탁가정으로 데려갔지만 임시로 마르코를 맡아준 집에서는 마르코에게 그 어떤 안락함과 평온함도 안겨주지 못했다. 오히려 '초콜렛 도넛'이 먹고싶다던 자신의 아이에게만 도넛을 내어주고 꼬르륵 소리가 나는 마르코에게는 주지도 않는다. 이때부터 마르코에게 도넛, 그것도 '초콜렛 도넛'은 누군가와 동등해지는 것,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는 바로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엄마를 만난다면 초콜렛 도넛이 먹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마르코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여기는 마르코의 집이 아니었다. p.53

 

이후 자신의 집을 찾아 무작정 걸어가던 마르코를 발견하고 루디가 마리아나를 대신 해 폴과함께 마르코와 함께 살게된다. 그 첫날 마르코는 자신이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초콜렛 도넛을 먹게되면서 세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길지 않았다.

 

사실 이 행복한 시절 이후는 읽고 싶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던 밤 루디에게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들려달라던 마르코의 요청이 맘에 걸렸을 뿐 아니라 동성애 커플이 아이를 맡아 기르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다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아빠가 아이의 장래를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법이 판단하려던 영화 '아이엠 샘'처럼 분명 이 세가족을 떼어놓을려는 사회적측면에서만 '정상인'인 사람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이 소설이 제발 해피엔딩이길 마르코가 루디에게 원한 것처럼 그렇게 소원하며 결말까지 읽었다. 누구나 무엇이 옳은지 어떤게 행복인지 단정하고 확신할 순 없다. 특히 아동문제에 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인권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법이 과연 개인의 행복을 위해 늘 옳은 판견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초콜렛 도넛은 진지하게 독자에게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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