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속도 -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
리칭즈 글.사진,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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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진짜 세상은 영원히 알 수 없다. 상아탑 안에서만 떠드는 탁상공론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 지금 당신의 두 발로 움직여 거리로 나가라.

 

 

 

여행서를 읽다보면 늘 드는 생각, 여행사 패키지로는 여길 갈 순 없구나 하는 아쉬움과 자유여행으로 가자니 모든 소매치기가 내 가방만 노릴 것 같은 두려움과 무서움에 엄두도 못내는 자아비판과 나와 다른 용기있는 저자들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물론 손짓발짓 섞어가며 의사소통을 하였다하더라도 언어장벽없이 다녀온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번 여행서적을 읽고 꿈꾸고 언젠가는 한번 이란 뜻없는 포부를 버리지 못하나 싶었는데 책, 여행의 속도를 읽다보니 그 까닭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잊고 살았던 그 말, 책 또한 여행이었던 것이다.

 

 

 

저자 리칭즈는 비행기를 타고 만 하루만에 유럽에 가서 건축물을 구경하고 또 만 이틀도 안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도 정작 사육되는 듯한 느낌은 싫어 기차여행을 좋아라 한다. 기차여행을 좋아한다니 당연 오래된 옛건축물에 관심이 크겠구나 싶지만 그건 또 아니다. 새로지어진 건물들, 그야말로 발전하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건물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덕분에 이 책에는 옛건물도 물론 등장하지만 다른 여행서에서 볼 수 있었던 랜드마크 대신 낯선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게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에 다채로움이라고는 해도 결국 대부분이 열차를 타고 이동하지만 속도별로 그가 풀어내는 추억 감상은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함께 열차에 오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열차는 아니지만 자동차를 타고 여행했다는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루트였는데 책을 읽기전에도 티비나 다른 여행서에서 자주 보았던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의 모습이 이 책에도 실려있는데 실제 타지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런가하면 생각보다 여행지의 대부분이 일본인데 그때문에 아쉽기도 했지만 그중 실제 보고 나역시 감탄했던 코엔지의 자코엔지 극장이라던가 통유리로 되어있던 가옥의 경우는 아는 건물이라서 그런지 친근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땡땡이 전차의 경우 도쿄에서 한시간 30분을 탔었는데 생각보다 풍경이 운치있지도 혼자 사색할 겨를도 없이 빽빽하게 사람이 오르내려 별감상이 없었는데 저자처럼 교토에 가서 탔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치만 일본에서 창밖으로 풍경을 즐길 때 그 알 수없음과 만화영화의 장면, 영화속 한장면이 반복되어 떠오를 때의 감흥은 책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떠올라 읽다말고 한참을 추억하며 미소지었던 것 같다. 특히 쿠사마 야요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무척좋아한다는 글에서 참 반가웠다. 그녀가 삽화를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난 북페스티벌에서 정말 좋은 가격에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지역도 등장하니 책 읽는동안 옆길로 안 빠질래야 안빠질 수가 없다.

 

다른 책도 마찬가지겠지만 여행책 치고는 저자에 대한 부러움보다 그동안 내가 탔었던 열차들에 대한 추억이 끊임없이 떠올라 읽는 시간보다 추억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지금 리뷰를 적으면서도 프랑스에서 탔던 심야열차에서는 동화책의 한장면과 눈오는 밤 살인사건이라는 어설픈 소설구상도 떠올렸던 기억이 날 만큼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준 매개가 되어주어 좋았다. 이 책을 읽고나면 저자가 다녔던 그 루트대로 다녀보고 싶어질거라 기대했는데 되려 저자에 비할수는 없겠지만 자신만의 여행속도를 추억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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