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vs. 알렉스 우즈
개빈 익스텐스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나서 리뷰를 적을 때 가장 괴로운 상황은 어떤 때냐 묻는 다면 책의 내용을 전혀 공감할 수 없을 때이거나 적당히 좋았을 때가 아니라 책을 읽은 뒤 무수한 고민으로 그 어떤 말도, 글도 정리되지 않을 때다. 분명 청소년 소설을 읽고나면 난 이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혹은 이런 어른을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 책은 고민 그자체다. 과연 나는 아이에게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알렉스 우즈. 떨어지는 유성(떨어지고 난 뒤에는 운석으로 불린다.)에 맞고 뇌에 외상을 입은 뒤 간질함을 얻은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1인칭 시점이다. 어느정도 먹고 살만한 재산을 물려받았고 그 중에 하나인 가게에 타로점집을 차려 우즈와 함께 살아가는 엄마와 사고 이후 자신의 운석을 보관하던 과학자 위어 박사를 만나게 되고 간질환을 치료해주는 엔더비 박사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앞서 등장한 엄마, 위어 박사 그리고 엔더비 박사 이상으로 알렉스의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피터슨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책의 내용이 된다. 어찌보면 운석을 맞은 알렉스보다 아이가 만나게 되는 4명의 어른들의 모습이 보통의 어른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의 분류를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어른들도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민 끝에 리뷰의 초점을 알렉스가 만나는 '어른들'에게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 그 자체를 떠나서.

 

알렉스의 엄마는 재산을 물려받기는 했지만 남편없이 아이를 키우는 보통의 부모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초반에 등장하는 보험사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부터 피터슨씨의 집, 유리를 깼으니 직접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의 모습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구의 엄마'와는 다르다. 물론 이런 엄마의 다름이 알렉스가 언급한 '죄인'의 해당되는 부분이라 알렉스에게는 이런 엄마에게서 태어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운석을 보관하고 있던 위어 박사와의 편지내용을 엿보더라도 박사가 아이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책을 선물함으로써 호기심에서 지적인 충동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강요나 협박이 아닌 점을 어른이라면 유심히 봐야한다. 어찌보면 알렉스 엄마가 방임에 가깝다면 위어 박사는 그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측면이 되는 셈이다. 종교를 믿진 않지만 불교를 긍정적으로 보는 엔더비 박사역시 위어 박사처럼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도출하는 '지원자'측면에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친구같은 부모, 친구같은 선생님의 가장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반면 피터슨씨의 경우는 알렉스의 엄마처럼 다소 위험한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얼마전 읽었던 [세상의 수호자들]처럼 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부조리들, 어른들도 해결하지 쉽지 않은 문제들을 알렉스에게 보여주는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을 피터슨씨는 하고 있다. 분명 그들이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하는 바는 '옳은 일'에 속한다. 하지만 보통의 어른의 시각으로 보자면 알렉스가 벌어질 일들에 대해 안전하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 피터슨씨의 유언장에 적힌 것처럼 그것은 알렉스를 곤란하게 만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와 나이든 사람과의 만남을 다룬 책들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대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른들 중 하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모험을 선물하는 어른과 모험이 전에 안전한 상태를 고수하려는 사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당연 전자의 경우가 아이에게 이로운 사람이고 내가 만나고 싶어했고, 이제는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모형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지금은 끊임없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은 비겁해지기 위한 변명 거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나면 어른이란 아이에게 어떤 모습으로 곁에 있어줘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p.s 함께 읽어야 할 책 보다 이 책 이후에 읽어보고 싶은 책들만 한가득이다.

봐야 할 영화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연쇄독서, 연쇄 문화활동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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